그간 3500억달러를 두고 100% 직접 투자 등을 강하게 요구해온 미국 행정부 역시 이견이 해소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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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통상 사령탑 워싱턴에 집결
김 실장과 김 장관보다 하루 앞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도 미국 워싱턴D.C.에 도착해 미국과 협상 채비에 돌입했다.
지난 7월 30일 한미 관세 협의 당시와 마찬가지로 한국 경제·통상 사령탑이 미국 워싱턴D.C.에 집결하며 세부 협의 조율에 대한 기대도 커진 모습이다.
이들은 각각의 협상 파트너를 만나 이견 조율에 나선다. 김 장관은 미국에 도착하는 대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을 만나고 구 부총리도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을 만날 예정이다. 여 본부장도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협상에 돌입할 예정이다.
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양측은 3500억달러 대미투자 방식과 관련해 이견을 상당 부분 좁힌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지금껏 사실상 ‘백지수표’를 요구했던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 한국 측의 간접 투자 확대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규모 대미투자에 따른 한국 외환시장 불안을 고려해 제한적 통화스와프 등 외환시장 안전판 마련 가능성도 시사했다.
백악관 예산관리국 방문 ‘주목’
이 때문에 16일(현지시간)로 예정된 협상단의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방문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양국 정상 간 합의에 앞서 OMB를 방문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백악관 예산관리국은 미국 행정부의 예산이나 대규모 해외투자가 대통령의 정책 방향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따지는 역할도 맡고 있다. 한국이 제시한 협상안을 OMB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향후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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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실장은 출국에 앞서 기자들에게 “이전에는 미국 내 관련 부서가 긴밀하게 소통하는 인상이 보이지 않았는데 이번엔 미국도 재무부와 USTR, 상무부가 긴밀히 소통하는 모습”이라며 “(협상 결과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직접투자 비중 확대 등 변수 남아
변수는 남아 있다. 미국 측도 일부 양보한 만큼 한국이 애초 계획한 5~10% 수준의 직접 투자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평가다. 이보다 직접투자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얘기다. 또 한국이 직접 조달 가능한 달러 규모가 연 200억달러 안팎인 것을 고려할 때 대미투자 일정을 어떻게 구성할지도 고민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우리가 수용 가능한 직접투자 비중을 20~30%로 보고 있다. 대미투자펀드 운용 방식도 일정 시점 내 회수 가능한 형태로 못 박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허준영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애초 5%로 예상했던 직접투자 비중이 좀 더 높아질 수 있는 상황”이라며 “직접투자가 늘어나면 통화스와프를 하더라도 외환 시장의 불안이나 경제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한국의 대미투자를 ‘선불(up front)’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점도 불안요소다. 그는 15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세협상을 언급하며 “한국이 3500억달러를 선불로 합의했다”고 언급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7월 말 관세협상 타결 때도 대통령실은 ‘굳이 합의문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잘 된 합의’라고 했으나 결과적으론 그렇지 않았던 전례가 있다”며 “일정에 맞추려 타결을 서두른다면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도 이 같은 우려를 고려해 APEC 정상회의를 마감 시한으로 보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장관은 “(APEC 정상회의는) 두 정상이 만나는 기회이기에 양국 협상단 간 이를 활용하자는 공감대는 있지만 우리 국익과 국민의 이해에 맞게끔 가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