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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볕 더위가 이어지는 25일 이른 오전, 서울 강남 티몬 본사에는 환불을 받지 못한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전국 각지에서 환불을 위해 이곳을 찾은 이들부터 연차를 내고 온 직장인들까지 다양한 이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들은 본사 앞 그늘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본사 문이 열리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여행을 앞두고 날벼락을 맞은 이들은 청년부터 노인까지 다양했다. 전날 오후 8시에 도착해 하루를 꼬박 새웠다는 김혜선(25)씨는 “전북 전주에서 출발해 밥도 못 먹고 밤도 꼴딱 샜다”며 “남자친구와 태국여행을 가려고 취업준비생임에도 큰 맘 먹고 150만원을 결제했는데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고 울상을 지었다. 필리핀 세부로 칠순 기념 여행을 가기로 했던 최모(69)씨는 “여행사에서 ‘780만원을 입금하지 않으면 여행이 취소된다’고 통보했다”며 “힘들게 시간 맞춰 가는 여행인데 망칠 수 없어 돈을 입금했는데 돌려받지 못하면 어쩌지 걱정된다”고 호소했다.
피해금액도 다양했다.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까지 환불을 기다리는 이들은 한숨을 내쉬며 본사가 문을 열기만을 마냥 기다리고 있었다. 티몬 충성고객이라고 밝힌 A(42)씨는 “지난달에 티몬캐시를 샀는데 환불 받아야 하는 금액이 4500만원 정도”라며 “위메프처럼 대표라도 나와 대화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도의적 책임이라도 져야 하는데 아무런 연락도 없고 답도 없으니 화가 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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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약없이 대기하던 소비자 400여명은 오랜 기다림에도 티몬 관계자들이 보이지 않자 이날 오후 3시쯤 행동에 나섰다. 티몬 신사옥이 있는 JK타워에 공정위 조사관들이 조사를 나왔다는 소식에서다. 자체적으로 선정된 피해 소비자 대표들의 주도 하에 JK타워로 향한 소비자들은 즉각 티몬 신사옥을 점거했다. 이들은 ‘이렇게 점거해야 대응할 것 아니냐’, ‘대표 나와라’ 등 외치며 분노를 터트렸다.
이날 오후 5시쯤 공정위 조사관들과 티몬 직원이 모여 있는 지하 1층에 소비자들은 해결방안에 대한 발표를 요구했다. 소비자들은 겹겹이 스크럼을 짜고 브리핑 전까진 아무도 나갈 수 없다고 엄포를 놓았다. 공정위 관계자들이 아무런 대답을 내놓지 않자 일부 소비자들은 “왜 위메프는 되고 우리는 안 되냐”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약 3시간 30분 간의 대치 끝에 소비자들 앞에 선 공정위 관계자는 최선을 다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저희가 여기 와 있는 이유는 피해 확산을 막아보기 위해 (티몬 등이) 전자상거래법 위반 혐의가 있는지 조사를 하러 온 상황”이라며 “속 시원하게 답을 드리면 좋겠지만 조사를 진행 하기 전 많은 소비자들이 와주셔 제대로 조사가 진행되지 못했다. 소비자원에서 집단분쟁 조정을 접수받고 있고 민사소송까지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퇴근시간이 가까워질수록 더 많은 이들이 모였다.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작성한 피해 고객 리스트는 600번이 훌쩍 넘어갔다. 이들은 티몬 본사 앞, 신사옥 앞, 큐텐 사옥 앞에 각각 집회를 열고 티몬의 적극적인 대응을 호소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