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지난 10일 치른 제1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국회의원 격) 선거에 김 위원장은 출마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2014년 3월 치러졌던 제13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서는 ‘111호 백두산선거구’ 후보로 이름을 올려 당선되면서 대의원 자격을 얻었던 바 있다.
북한 최고 지도자가 대의원 선거에 불출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추가적인 북한 권력 구조 변동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13일 “김 위원장이 포함되지 않았고 최태복 의장 등이 선출되지 않았다”라며 “이런 인사 교체라든지 권력 구조 등에 변화가 있는지 계속 주목해 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북한 국정을 주도하는 국무위원장의 위원장이자 조선노동당 위원장이다. 우리의 국회의장에 해당하는 최태복 의장은 고령으로 노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4월께 열리는 1차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회의에서 권력 구조 변화가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최고인민회의는 우리의 국회에 비견되지만 실상은 노동당과 국무위원회에 밀려 실질적 권한은 없다시피하다. 김 위원장이 굳이 대의원의 타이틀을 달 이유가 크지 않은 셈이다. 김 위원장은 집권 이후 2016년 국방위원회를 폐지하고 국무위원회를 신설하면서 ‘선군정치’를 뒤로 하고 정상국가 체제를 꾀한 바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앞서 김 위원장이 제2차 전국 당 초급선전일꾼대회에 서한을 통해 “수령의 혁명 활동과 풍모를 신비화하면 진실을 가리우게 된다”고 밝힌 점도 곱씹어볼 지점이다. 북한이 그간 최고지도자의 신격화에 쏟은 정성을 떠올리면 전향적인 변화다. 김 위원장은 “수령에게 인간적·동지적으로 매혹될 때 절대적인 충실성이 우러나오는 것”이라고도 했다. 북한은 과거 김일성 주석이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과도한 신격화를 통해 체제를 유지해왔다. 이와 달리 적극적 외교전에 나선 김 위원장이 북한 체제의 근본적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금까지 일관적으로 추구해오던 ‘정상 국가화’와 궤를 같이 하는 모양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지난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7기 3차 전원회의를 통해 전략노선을 바꾼 이후 북한 내부에 조직 개편에 준하는 변화가 있었다는 첩보가 있다”라며 “내각을 강화하고 부서를 신설하는 변화를 꾀했다면 법적으로 이를 정돈할 필요성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홍 실장은 “외교전에 주력해온 김 위원장이 조직적 개편을 수행할 만큼의 시간적 여유가 있었는지는 의문”이라며 “더욱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아무런 소득을 얻지 못하면서 경제 개발을 추구하는 형태로 조직을 정비하는데 추진력을 얻지 못했다. 어떤 개편이 나올지 주목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