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성북을)이 16일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식약처는 그동안 진행한 피프로닐 검사에서 피프로닐의 대사산물인 ‘피프로닐 설폰’을 누락했다.
식약처는 계란 피프로닐 잔류허용치로 CODEX 기준인 0.02ppm을 적용하고 있다. 이는 피프로닐 원물질과 피프로닐이 닭 등의 체내에 흡수된 후 대사과정을 거쳐 변형되는 피프로닐 설폰의 합이다. 국제 기준을 적용했지만 반쪽 수치로만 안전 여부를 따진 것이다. 유럽연합의 경우엔 보다 엄격한 0.005ppm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역시 피프로닐과 피프로닐 설폰을 합친 값이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유럽 살충제 계란 사태의 경우 발표된 피프로닐 검출 수치가 피프로닐과 피프로닐 설폰의 합이므로 각각 얼마씩 검출됐는지 구분할 수 없다”며 “피프로닐 설폰의 독성은 원물질인 피프로닐보다 낮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유럽 독일연방농식품부(BMEL) 산하의 연구기관인 BfR(The German Federal Institute for Risk Assessment)이 지난 8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피프로닐 설폰의 독성은 피프로닐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피프로닐 설폰의 양이 피프로닐에 비해 많은 계란 샘플이 발견된다’고 나와 있다. 계란에 따라 피프로닐 설폰이 피프로닐보다 많이 검출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식약처는 이같은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채 지난 8월 21일 전수조사 및 위해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농림축산식품부·식약처의 전수조사를 통해 피프로닐이 검출된 농가는 총 8곳이었다. 제대로 된 실험을 했다면 피프로닐 검출량이 더 많을 가능성이 있었고 피프로닐이 피프로닐 설폰으로 전부 바뀌었다면 검출 농가 또한 늘어났을 확률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이같은 문제 제기에 대해 식약처는 “일본도 우리와 같은 검사법을 활용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식약처 자료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 8월 4일 피프로닐에 대해 원물질 뿐만 아니라 대사산물을 포함해 잔류허용치를 따지겠다며 행정예고를 했다. 7월말에서 8월초 네덜란드·벨기에 등에서 살충제 계란 사태가 불거진 뒤 미진한 부분을 국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한 뒤 즉각적인 대응에 나섰다.
식약처는 사태가 잠잠해지자 늑장대응에 나섰다. 8월 21일 살충제 계란 사태 결과 발표 후 같은 달 28일부터 9월 4일까지 외국 사례 분석 및 피프로닐 등 대사산물 검사시험법을 검토했다. 이어 지난달 5일 국무조정실, 농식품부, 식약처 관계 차관회의에서 대사산물 시험 계획이 처음 논의됐고 7일 보도자료를 통해 “10월부터 계란 검사항목 확대를 통한 안전관리 강화”에 나서겠다며 해당 사실을 공표했다. 뒤늦게야 기준에 맞는 제대로 된 검사를 하면서 ‘보다 엄격한’ 실험을 하겠다며 홍보하며 넘어간 것이다.
기동민 의원은 “잔류허용치에 대해 국제 기준을 적용했다면 그에 맞는 검사법을 쓰는 것이 당연하다”며 “식약처가 이같은 사실을 몰랐든, 알고도 숨겼든 졸속 행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달부터 제대로 된 검사를 하기로 한만큼 원물질과 대사산물의 위해성, 검출량 비교 등 면밀한 연구와 투명한 발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