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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박물관①]KGC인삼공사 '정관장 홍삼정' 한국 건강기능식품 '역사'를 쓰다

김용운 기자I 2017.09.27 18:48:58

세계로 뻗는 ''홍삼정'' 뿌리는 1899년産
조선 정조때 홍삼 건조법 개발...개성 특산품 유명세
대한제국 말기 궁중서 전매 행사하며 수출 관리
100% 직접 재배한 국내산 6년근만 사용

KGC인삼공사의 대표적인 제품인 ‘정관장 홍삼정’의 뿌리는 1899년 대한제국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사진=KGC인삼공사)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숙종때 전라도 동복인이 우연히 산삼 종자를 얻어 심는 방법을 연구해 거부가 되었다. 그는 삼의 종자와 기르는 방법을 개성사람에게 주어 그 역시 부자가 되었다. 이에 개성 일대에서 삼 밭을 만들었다. 이것이 송삼이다. 처음에 백삼으로 북경에 보냈으나 그들이 먹고 위에 그슬려 독이 있다 하여 먹지 않았다. 그래서 개성사람들이 홍삼으로 찌는 기술을 발명해 수출하니 그 이익이 10배에 이르렀다. 이것이 홍삼(紅蔘)의 기원으로 정조 초년의 일이다.”

한일합방 당시 ‘시일야방성대곡’을 쓴 위암 장지연(1864~1921)은 위암문고에서 조선의 특산품인 고려인삼을 설명하며 홍삼의 유래를 기술했다.

홍삼은 산에서 자생하는 산삼과 달리 인위적인 재배로 생산하는 인삼의 한 종류다. 인삼은 가공법에 따라 종류를 나눈다. 먼저 밭에서 수확한 후 말리지 않은 인삼을 ‘수삼’(水蔘)이라 한다. 수삼이라 부르는 이유는 수분함량이 70%가량 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냉장기술이 발달하지 않아 수삼을 유통하기가 쉽지 않았다. 수삼의 약효를 저해하지 않으면서 건조시키는 방법을 궁리한 끝에 나온 수삼 가공품이 바로 홍삼이다. 홍삼 외에도 수삼을 물에 익혀 말린것은 ‘태극삼’(太極蔘)이라 한다. 수삼을 햇볕이나 뜨거운 바람 등으로 익히지 않고 자연스럽게 말린 것은 ‘백삼’(白蔘)이라 부른다.

◇국가대표 건강기능식품 손색 없어

KGC인삼공사의 ‘정관장 홍삼정’은 바로 홍삼을 원료로 한 국가대표급 건강기능식품이다. 홍삼은 정부에서만 제조할 수 있는 한국고유의 원형유지 인삼가공품인 ‘정관장 홍삼정’의 뿌리는 118년 전 대한제국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홍삼은 토양 조성에 2년, 재배에 6년이 걸리는 6년근 인삼을 원료로 한다(사진=KGC인삼공사)
조선 정조시대 홍삼 건조 방법이 개성의 인삼상인들에 의해 개발된 후 홍삼은 개성상인들의 특산품으로 중국과 일본, 심지어 유럽에까지 이름을 떨쳤다. 홍삼은 기존의 백삼에 비해 유통기간은 길지만 약효는 차이가 나지 않아 조선후기 무역거래에서 사실상 화폐역할을 하게 된다. 조선시대 말기인 순조때에 홍삼 제조 공장인 증포소(蒸包所)를 한강변에 설치함으로써 대량 생산이 가능해진다. 이후 궁중에서는 증포소에서 가공된 홍삼만을 유통시키는 조치를 취함으로써 일종의 전매권을 행사했다. 대한제국은 1899년 왕실에 관한 업무를 총괄하던 궁내부에 홍삼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삼정과(蔘政課)를 설치한다.

‘정관장 홍삼정’을 생산하는 KGC인삼공사는 삼정과를 모태로 삼고 있다. 홍삼을 관리하기 시작한 대한제국은 홍삼을 먹기 편하게 가공하는 것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홍삼은 수분함량이 12%정도로 딱딱한 편이라 원형 그대로 복용하기가 어려웠다. 따라서 홍삼은 탕제기에 대추와 생강등을 넣고 물을 넣은 뒤 가열시켜 먹는 탕약 방법 외에는 음용이 쉽지 않았다.

◇1908년 개성에 홍삼공장 들어서며 생산 본격화

1908년 7월 개성지역에 삼정과의 홍삼공장이 설치되면서 홍삼 가공 연구에 가속도가 붙었다. 오래 두고 편하게 먹을 수 있는 홍삼 제품에 대한 수요 역시 늘어났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바로 ‘홍삼정’이다. 보통명사처럼 쓰이는 홍삼정은 인삼의 사포닌성분을 추출한 뒤 60~70℃ 감압하고 농축해 제조한 제품을 통칭한다.

당시 홍삼정은 ‘내(內)용 홍삼정’과 ‘외(外)용 홍삼정’으로 개발됐다. ‘내용홍삼정’은 왕실의 건강을 위해 왕실 가족들이 복용하는 제품으로 만들었고 ‘외용홍삼정’은 인삼의 줄기나 잎을 재료로 외상 등의 치료목적으로 개발했다.

1908년 대한제국 시절 개발한 ‘내용홍삼정’(사진=KGC인삼공사)
한일합방 이후에도 조선총독부는 홍삼전매법을 실시했다. 경기도의 개성과 장단, 황해도 금천, 평산, 서흥, 봉산, 수안, 황주 그리고 평안도 중화군 등 모두 11곳을 특별경작구역으로 지정해서 홍삼을 위한 인삼재배를 직접 관리했다. 인삼은 토양과 배수 및 채광 등이 까다로운데다가 홍삼은 6년근 인삼으로만 만들었기 때문이다. 홍삼과 홍삼정은 식민지 시대 조선의 주요 특산품이자 수출품으로 부상했다.

1921년부터 1926년까지 5년 동안 홍삼은 3만 5000근~4만 5000근이 일본과 중국을 비롯해 대만,필리핀, 베트남까지 수출되었다. 다른 국가에서 만드는 홍삼들에 비해 약효와 기능이 탁월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식민지 시대 젊은 학자들의 공도 컸다. 우리나라 최초의 생화학자인 이석신 박사는 베를린 대학 생화학연구소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1927년 귀국해 인삼의 약리적 기능을 과학적으로 밝히는 데 초석을 놓는다. 1931년에는 인삼 연구로 마침내 박사까지 탄생한다. 당시 경성제국대 내과에서 근무하던 민병기는 독일어로 조선 인삼에 대한 논문 6편, 실험적 연구 등 18편의 논문을 써서 교토대학에 제출, 일본 문무성으로부터 박사학위를 받는다. 이러한 연구들은 ‘신비의 명약’으로만 불리던 고려인삼과 홍삼이 ‘정관장 홍삼정’ 같은 건강기능식품으로 변신하는 데 밑바탕이 되었다.

KGC인삼공사 홈페이지에 소개한 ‘홍삼정’ 초기 제조 모습
◇세계최대 ‘고려인삼창’ 가동…홍삼으로 종주국 위상 굳혀

해방과 분단, 한국전쟁을 거치며 대한민국 정부의 개성인삼 전매지국이 관할했던 개성의 홍삼공장 시설은 1953년 충남 부여로 이전했다. KGC인삼공사의 홍삼공장 시설은 1956년 신축을 거쳐 1978년 충남 부여군 규암면 내리에 ‘고려인삼창’을 새롭게 가동한다.

고려인삼창은 5만 6000평의 부지에 2만 2000평(7만 2727㎡)규모로 세계최대의 홍삼제조시설이다. 이중에서 특히 홍삼농축액 생산라인은 24시간 상시 가동될 뿐만 아니라 출입 또한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홍삼농축액은 ‘정관정 홍삼정’ 제품들의 기본이 되는 제품으로 매일 균일한 원료를 투입하고 동일한 시간에 추출해야만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

KGC인삼공사는 정관장 홍삼정을 만들기 위해 인삼재배에서부터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산 6년근 인삼만을 사용하기 위해 매년 전국 약 2000여곳 인삼농가에 3000억원의 경작비를 지원하고 100% 직접 계약재배를 통해 수확한 인삼만 수급받는다. 이 과정에서 인삼을 심기 2년전부터 재배농가와 함께 토양을 관리하고 이후 6년 동안 KGC인삼공사 직원들이 직접 농가에 가서 면밀히 경작 상황을 살핀다. 계약재배 기간이 만료되어 수확한 인삼에도 경작자와 수확일, 산지 등의 정보를 바코드로 표시한다. 원재료에 대한 품질 관리 외에 제조 공정에서도 전세계적인 식품안전경영시스템 인증인 ISO 22000인증과 호주의약품감독국,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등으로부터 의약품 제조 시설 인증을 받았다.

충남 부여의 세계최대 홍삼제조시설인 ‘고려인삼창’ 내 홍삼 제조 모습(사진=KGC인삼공사)


또한 홍삼의 세계화를 위해 매년 영업이익의 약 20%를 연구개발비로 투자하고 있으며 한국인삼연구원에서는 140여명의 석박사급 연구원들이 정관장 홍삼정을 비롯한 각종 홍삼 제품의 품질과 효능 향상을 위해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이런 성과는 수치로도 증명되고 있다.

지난 2015년 6월 세계적인 시장전문조사기관인 유로모니터는 홍삼 제품을 포함한 ‘정관장’을 세계 인삼 소매매출 1위로 조사하며 ‘The World No.1 Ginseng Brand’로 인증 했다. 유로모니터는 전 세계 연간 인삼 소매시장을 22억 7500만달러 규모로 추산하며 ‘정관장’의 매출이 약 8억 800만 달러로 전 세계 인삼 소매시장에서 34.7%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박정욱 KGC인삼공사 대표는 “100여년 전통의 ‘정관장 홍삼정’은 홍삼의 대표 성분인 사포닌뿐만 아니라 아미노산, 홍삼다당체, 미네랄 등 다양한 홍삼유효성분을 최적화했다”며 “매년 170만개 이상씩 팔려 연간 매출액만 3000억이 넘는 정관장의 베스트셀러 제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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