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 플리즈”
“오케이”
‘오케이’라는 짧은 응답이 끝나자마자 등받이가 무섭게 등을 파고들었다. 뱃속이 텅 비는 듯한 가속감과 차체를 울리는 강렬한 사운드가 전신을 타고 흘렀다. 독일 출신의 전설적 레이싱 드라이버이자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 개발 드라이버인 안드레 로테러는 어느새 속도를 즐기기 시작했는지 헬멧 너머로 씽긋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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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킷에 일렬로 주차된 GV60 마그마는 활화산 깊은 곳에서 도사리는 용암을 연상케 했다. 시그니처 컬러 ‘마그마 오렌지’는 멀리서도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고, 낮고 넓은 차체와 스포티한 실루엣, 살짝 치켜 올라간 리어 스포일러는 당장이라도 질주에 나설 준비를 마친 듯했다. 비상하는 날개를 형상화한 두 줄 시그니처 램프는 이 차량이 제네시스의 차임을 분명히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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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어링 휠 하단 양측에 자리한 오렌지 링 버튼은 각각 마그마 전용 드라이브 모드와 부스트 기능을 담당한다. GV60 마그마가 단순한 전기차가 아니라 ‘럭셔리 고성능 전동화 모델’임을 상징하는 장치들이다. 도어 트림과 시트 곳곳의 오렌지 패턴, 버킷 타입 시트는 운전자에게 고성능 감성과 주행의 편안함을 동시에 전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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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길이 5.8km의 폴 리카르 서킷은 초장거리 직선과 급커브가 균형을 이루는 덕분에 글로벌 고성능 브랜드들이 극한 테스트 장소로 즐겨 찾는 곳이다. 이런 환경에서 시승 행사를 연 것은 GV60 마그마의 성능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도 괜찮다는 자신감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급커브 구간에서도 속도계는 시속 110km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다. 눈발로 젖은 노면 위에서 차량은 자연스럽게 드리프트하며 난구간을 통과했고, 차체는 불편한 출렁임 한 번 없이 아스팔트를 움켜쥐었다. 챔피언 트로피를 여러 차례 들어 올린 로테러의 기량과 GV60 마그마의 주행 성능이 호흡을 맞춘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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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리카르 서킷에는 약 1.8km의 초장거리 직선 구간 ‘미스트랄 스트레이트’가 있다. 시작점에서는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광활한 거리지만 GV60 마그마로 주행하는 동안에는 길이가 무색할 만큼 순식간에 끝 지점에 닿았다. 실제로 GV60 마그마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200km까지 10.9초, 최고 속도는 264km/h에 이른다. 약 20초 만에 지하철 두 정거장 거리를 주파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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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차량이 서킷 외곽으로 미끄러지듯 빠져나오며 시승은 마무리됐다. 현대차 특유의 익숙한 주차 사운드가 울리는 동안에도 심장은 여전히 빠르게 뛰고 있었다. 다시 한 번 GV60 마그마의 성능을 체험하고 싶다는 아쉬움을 뒤로한 채 차 문을 닫았다.
제네시스는 마그마 브랜드를 앞세워 글로벌 모터스포츠에 본격 진출하고, 극한 경기 환경에서 축적한 고성능 기술을 양산차에 적용해 일반 고객에게도 최상의 주행 경험을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폴 리카르 서킷에서 만난 GV60 마그마는 그 구상이 허언이 아니라는 사실을 ‘성능’과 ‘감성’으로 증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