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허하지 않는다"…野 원내대표 등판 막은 與

송주오 기자I 2020.12.14 21:14:54

이재정, 필리버스터 주자 나서 종결 표결 직전까지 찬성 토론
주호영, 여야 난맥상 지적 계획 무산…여야 합의로 30분만 주어져
야당의 시간인 필러버스터 방해해 논란 전망
배현진 "주 원내대표 주자 알려진 후 여당 지도부 연락 안돼"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우려가 현실이 됐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 허락된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남북관계 발전법 개정안)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무대는 30분에 불과했다. 앞선 주자인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필리버스터 종결 표결까지 남은 시간을 모두 소비해서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이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에 대해 찬성하는 무제한 토론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 의원은 13일 오후 3시36분께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그는 5시간 33분 동안 국회 본회의 연단에서 서서 찬성 토론을 진행했다. 다음 순서였던 주 원내대표는 30분간의 시간만 얻었다. 이는 이례적인 일로 여야 합의로 얻은 시간이었다.

앞서 주 원내대표는 이 의원 다음 필리버스터 주자로 나서겠다고 했다. 배현진 원내대변인은 “국민의힘 다음 필리버스터 주자는 주호영 원내대표”라며 “원내대표로서 정권의 무도함 여야 난맥상을 직접 나서서 3시간 넘게 지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초 계획했던 시간의 6분의 1 수준이다. 이같은 계획을 발표 당시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이 필리버스터를 진행 중이었으며 이 의원, 주 원내대표로 순서였다.

하지만 이 의원이 5시간 이상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면서 주 원내대표의 계획은 차질을 빚었다. 국민의힘이 신청한 필리버스터의 피날레도 주 원내대표가 아닌 사실상 이 의원의 몫으로 돌아갔다.

필리버스터가 야당의 시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의원의 태도는 논란이 될 전망이다. 야당의 원내대표가 공개적으로 필리버스터를 신청하고 발언 시간대를 밝혔음에도 이에 대한 배려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필리버스터 돌입 전 여야 의원실 관계자들끼리 미리 토론 시간을 귀띔해줬다는 전언이다. 실제 필리버스터에 나선 A 의원의 경우 사전에 다음 주자인 B 의원 측에 몇 시간가량 토론을 할 것임을 알렸다. 이에 반해 이 의원 측은 주 원내대표 측에 토론 시간과 관련해 어떤 언질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배 대변인은 “양당 협상의 난항 가운데에도 양당 원내 지도부의 비공식 대화의 채널은 열려있어야 한다. 그러나 오늘 낮, 민주당 이재정 의원에 이은 국민의힘 필리버스터 주자가 주호영 원내대표라는 사실이 알려진 직후부터 민주당 지도부에 연락이 닿지 않았다”며 “오후 8시 50분, 양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모두 입장한 뒤에야 양당 지도부가 대화가 가능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회주의와 법치파괴에 앞장선 민주당이 지난 6개월을 소통해 온 상대당 지도부에 대한 최소한의 도의마저 내팽개친 일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회는 13일 저녁 8시 16분께 국가정보원법 개정안 필리버스터 종결 표결을 진행해 재석 의원 186명 중 찬성 180표로 가결했다. 국정원법 개정안 필리버스터 종결안은 전날 민주당이 제출한 것으로 가까스로 필리버스터 의결정족수를 맞췄다. 2012년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표결에 의해 필리버스터가 종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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