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 말 내년도 예산안 발표를 앞두고 논쟁이 벌어졌다. 경기 부양, 양극화 해소를 위해 파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국가채무가 늘고 국가 재정수지가 악화할 것이란 반론이 팽팽히 맞섰다. 늘어나는 복지 지출에 대한 재원을 마련하는 방식을 놓고도 이견이 컸다.
◇기재부, 이달 말 내년도 예산안 발표
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은 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국가재정운용계획 공개토론회’에서 “내년에도 적극적인 재정 운용이 요구된다”며 ‘확장적 재정’ 기조를 공식화했다. 정부는 중장기 재정 로드맵을 담은 2019~2023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이달 말 발표할 계획이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으로 500조원 이상을 검토 중이다.
정부는 ‘투 트랙(two-track)’ 방식으로 확장 재정속에서 재정건정성을 최대한 보전하겠다는 계획이다. 재정을 더 풀면서 불필요한 예산도 깎겠다는 것이다. 구 차관은 “일본 수출규제, 미·중 무역 갈등 확대 등 그 어느 때보다 대내외 경제 여건이 엄중한 시기”라며 “경기가 어려울 때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구 차관은 “필요 없는 부분은 과감하게 걷어내고 필요한 부분에 집중하는 재정혁신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 차관은 △불필요한 비과세·감면 제도 정비 △고액·상습 체납자 관리 강화 △교육, 연구개발(R&D) 지원체계 개혁을 언급했다.
이처럼 정부가 지출 구조조정 필요성도 언급했지만 토론은 ‘확장적 재정’을 놓고 벌어졌다. 복지 예산 등의 지출 구조조정을 하는 게 쉽지 않고, 부처·지자체·민간의 반발도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확장적 재정 규모가 큰 것도 논란거리다.
올해 상반기 총수입(246조원)보다 총지출(284조 5000억원)이 38조 5000억원 많았다. 이 결과 올해 1~6월 통합재정수지는 38조 5000억원 적자, 관리재정수지는 59조 5000억원 적자를 각각 기록했다. 역대 최대 규모였다. 중앙정부 채무는 686조 9000억원(올해 6월 말 기준)으로 증가했다.
◇“북유럽 모델, 점진적 증세해야”
이 같은 재정지표를 두고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김정훈 재정정책연구원장은 “우리나라는 (해외와 비교해) 국가채무를 워낙 보수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국가채무 수준을 단계적으로 높이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제 비교가 가능한 ‘일반정부 부채’ 비율을 보면 한국은 40.1%(이하 2017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10.5%)보다 낮다. 작년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35.95%로 떨어졌다.
그러나 이태석 KDI 공공경제연구부장은 “전 세계적으로 저성장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부채를 감축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병목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조세정책연구실장도 “한국은 세수 호황이 끝나고 경제성장을 해도 국가수입이 낮아지는 나쁜 사이클에 와 있다”며 “생각보다 큰 재정수지 적자를 볼 것이고 세입 증대는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확장적 재정을 위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가 관건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충분한 재원이 마련되면 재정수지 악화나 부채 논란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혁신적인 포용국가에 근접한 나라는 북유럽”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점진적으로 증세를 하고 국민연금 등 사회보험료율을 높여가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소득대체율, 보험료율을 인상하는 국민연금 개편 논의를 진행 중이다. 국민연금특위는 이달 30일까지 최종안을 마련해 내달 정기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총선을 앞둔 여당은 증세나 보험료율 인상에 난색을 표하는 상황이다.
고종안 기재부 재정전략과장은 “조세부담률·국민부담률을 높이려면 사회적 합의, 기존 재정지출의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며 “재원을 부채로 할지 조세 부담으로 할지는 장기적인 시계를 보고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