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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흥식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은 2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연금 개혁은 숫자로만 되는 것이 아니며 국민들에게 정확하게 알리고 합의와 동의를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개혁 방식에 대해 이 같이 조언했다. 문재인 정부 복지정책의 산파로도 불리는 그는 참여정부 시절 국정운영 중간평가 외부전문가평가단의 사회부문 평가분과위원장을 맡아 당시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었던 문 대통령과 알게 됐다. 2012년 대통령선거 때는 담쟁이포럼에서 문 대통령을 도왔다. 이후 문 정부 인수위원회인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포용사회분과위원회 분과위원장을 맡았다.
아울러 그는 대한민국이 현재의 `저(低)부담, 저복지`에서 벗어나 `중(中)부담, 중복지`로 가야 하는 만큼 차기 정부에서 증세 논의도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조 회장과의 일문일답 내용.
-대통령선거 국면인데, 각 대선 후보들의 복지정책 공약은 어떤가.
△진보든 보수든 복지정책 공약은 다 비슷비슷하다. 방향도 다 옳다. 방향성이나 공약이 달라야 이슈가 될텐데, 역설적으로 후보들마다 필요한 것들만 언급하고 있어서 큰 특색은 없으며 이슈가 되지 않는 게 문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의 저복지에서 벗어나 중복지가 되기 위해 우선적으로 중부담으로 가야 하는데, 이에 대한 뚜렷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각 후보들도 이는 얘기하지 않고 있다.
-결국 국민들이 더 부담하도록 해야 하는 것인데.
△차기 정부가 들어서면 증세 논의는 불가피하다고 본다. 상황에 따라 사회보험료도 일정 부분 올려야할 수 있다. 4대 보험료율 인상만 해도 최근 좀 미진했던 만큼 앞으로 더 올려야할 것 같다. 아울러 선한 부자들이 더 역할을 하도록 해 기부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몇몇 기업 창업자들이 자신의 재산 절반 이상을 기부하기로 약속하는 등 그런 분위기가 생겨나고 있다.
-증세라는 게 쉽지 않다.
△우리 같은 경우는 저부담 저복지 모델인데, 선진국이 되려면 중부담 중복지가 돼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여야 관계없이 모두가 그 방향으로 가자고 동의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금과 4대 보험 등을 지금보다는 더 걷어야 한다. 유럽만 해도 소득의 35% 정도를 세금으로 내고 있다. 그 대신 교육과 돌봄, 주거, 건강, 고용까지 5대 사회서비스가 완벽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렇다 보니 코로나19 팬데믹이 와도 이런 국가들은 소상공인에 대해 평소에 벌던 수익의 80~90%까지 지원해줬고, 직업유지 프로그램도 탄탄하게 이뤄졌다.
-국민연금 개혁은 최대 과제인데, 안철수 후보 정도만 4대 연금 통합을 공약을 냈다.
△대부분 후보들이 입을 닫고 있고, 통합 공약을 낸 안 후보도 아주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없다. 4대 연금을 통합하겠다고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공적 직능에 있는 사람들을 위한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 군인연금을 우선적으로 통합한 뒤에 민간의 국민연금과 통합하는 단계적인 방안을 생각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 구체적인 방법론을 준비하지 않은 상태에서 통합하려고 한다면 이해당사자들로부터 합의를 구할 수 없다. 연금수급 개시 시기를 늦춘다고 하면 당장의 빈곤이라는 리스크가 생길 수 있다. 수급 개시시기를 65~70세로 높이면 쉽지만 그게 만만치 않다. 단순히 숫자 계산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합의를 구해야 하는 부분이 중요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들에게 정확하게 알려줘야 한다. 특히 연금 개혁을 하고자 한다면 정부의 힘이 빠지기 전인 정부 출범 초기에 밀어 부치는 일이 필요하다. 또한 경제가 좋으면 저항이 덜 생기는 만큼 경기가 어느 정도 활황일 때 드라이브를 거는 게 원칙이다. 팬데믹 하에서 개혁을 하고자 하면 돈을 더 내는 개혁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도 50년 후 재정이 고갈된다고 하지만 경제가 호황이라면 이 역시 어느 정도 커버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지금은 적립 방식이지만, 재정 고갈 예상시점 10년 전 쯤부터 건강보험처럼 걷어서 지급하는 부과 방식을 일부 결합하는 쪽으로도 고민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