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민정신 담긴 조선의 해시계 '앙부일구', 미국에서 돌아왔다

김은비 기자I 2020.11.17 17:57:52

지난 1월 美 경매서 확인 후 매입
18~19세기 초 제작 추정
"우수한 과학수준에 높은 예술성 까지"

지난 8월 미국에서 돌아온 앙부일구(사진=문화재청)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유교 국가에서 하늘을 관찰해 백성에게 절기와 시간을 알리는 ‘관상수시’는 왕의 가장 중요한 임무 가운데 하나였다. 세종대왕은 백성들이 시간을 읽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담아 조선 최초의 공중(公衆)시계 ‘앙부일구’를 제작했다. ‘하늘을 우러러 보는 가마솥 모양에 비치는 해 그림자로 때를 아는 시계’라는 뜻의 앙부일구는 조선 시대 과학 문화의 발전상과 백성을 위하는 애민정신을 보여주는 대표적 유물이다. 실제 세종실록에 따르면 종묘에 앙부일구를 설치해 두고 오가는 사람들이 시간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아쉽게도 세종때 제작된 앙부일구는 기록으로만 전해지고 있다. 이후 제작된 앙부일구도 1654~1713년 사이에 제작돼 보물 제845호로 지정된 유물과 1899년에 제작된 보물 제845-2호 등을 포함해 국내에는 불과 7점만 전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월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미국의 한 경매에 출품된 ‘앙부일구’를 추가로 확인하고 긴급 매입했다. 문화재청은 17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미국에서 환수한 ‘앙부일구’를 공개했다.

김현지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유통조사부 선임은 이날 “미국의 한 개인이 골동품 시장에서 구입한 앙부일구가 미국 경매시장에 나왔다는 정보를 입수했다”며 “최초 반출 기록은 없었지만 국내 유사 유물과의 재질 조사와 현지조사를 통해 6월 긴급 매입결정을 해 8월 국내로 무사히 환수했다”고 환수 경과를 설명했다.

이번에 환수된 앙부일구는 18~19세기 초 사이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름 24.1cm, 높이 11.7cm, 약 4.5kg의 무게를 지닌 금속제 유물이다. 정확한 시간과 계절을 측정할 수 있기에 조선의 우수한 과학 수준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이번에 환수된 유물은 이전에 발견된 앙부일구보다 뛰어난 예술성을 자랑한다. 이용삼 충북대 명예교수는 “정밀한 주조기법, 섬세한 은입사 기법, 다리의 용과 거북머리 등의 뛰어난 장식요소를 볼 때 고도로 숙련된 장인이 만든 높은 수준의 예술작품”이라고 말했다.

앙부일구의 정확성은 현대 시각체계와 비교했을 때도 거의 오차가 나지 않는다. 한 해를 24개로 나눈 기후 표준점인 절후, 방위, 일몰시간, 방 등을 체계적이고 정밀하게 담았다. 이번에 환수된 앙부일구는 특히 서울의 위도에서 정확한 시간을 읽을 수 있게 제작됐다는 점에서 환수에 의미를 더한다. 이 교수는 “이번에 환수된 앙부일구와 유사한 유물이 몇개 있는데 함께 합쳐서 보물로도 지정할 만하다”고 말했다.

정재숙 문화재청장은 이날 “앙구일부는 중국이 아닌 조선의 하늘과 시간을 열겠다는 세종의 정신이 잘 살아있는 유물”이라며 “국립고궁박물관이 보유하고 있던 혼천의, 자격루 등과 함께 조선시대 과학정신을 엿볼 수 있는 앙부일구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돌아온 앙부일구는 오는 12월 20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내 과학문화실에서 특별 공개할 예정이다.

정재숙 문화재청장이 17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앙부일구 환수 기념 간담회에서 말하고 있다.(사진=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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