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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당황스럽네요, 매우…”
13일 점심께 달러화 대비 원화 값이 장중 1% 넘게 치솟으며 상승 폭이 커지자 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불과 이번달 초만 해도 달러당 1110원대이던 원화 값은 1145원으로 수직 낙하했지만 이날 장중 1125원까지 되돌림했다. 원화 값이 일주일 새 30원 떨어졌다가 이틀 동안 20원 가까이 급등한 셈이다.
그는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북한을 선제 타격할 수 있다는 불안심리가 약해지면서 변동 폭이 더욱 커졌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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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한 마디에 ‘휘청’…‘롤러코스터’ 탄 원·달러 환율
원·달러 환율 방향이 며칠 새 확 바뀌었다.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는 데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을 먼저 공격할 수 있다는 지정학적 위험까지 더해지며 원·달러 환율은 위로 방향을 잡았지만 어느 새 급락세로 돌아섰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1.70원(1.03%) 하락한 1129.70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이 내렸다는 것은 달러화 대비 원화 값이 상승(강세)했다는 의미다.
며칠 전과 가장 달라진 부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태도였다. 북한 문제를 두고 독자 행동도 불사하겠다던 트럼프 대통령은 간밤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중국과 공조에 나설 뜻을 내비쳤다. 그는 “이번 환율보고서에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심층분석대상국)으로 지정하지 않겠다”며 “북한 위협에 중국과 협력하려는 노력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문제를 두고 중국과 조율할 여지를 보이면서 상황이 극단으로 치닫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생겼다”고 분석했다.
마침 달러화도 트럼프 대통령이 “달러화가 너무 강해지고 있다”고 발언하면서 힘을 잃었다. 이 때문에 원화뿐 아니라 일본 엔화, 중국 위안화, 대만 달러화, 호주 달러화 등 아시아 통화가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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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원·달러 환율은 지정학적 위험이 일부 해소되면서 펀더멘털(기초체력)을 본격 반영할 가능성이 커졌다. 우리 경제는 수출을 중심으로 회복 기미를 나타내면서 꿈틀거리고 있다. 달러화 대비 원화 값이 높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날 한국은행이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6%로 0.1%포인트 상향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였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수출이 회복될 뿐 아니라 설비투자 계획도 확대되는 추세”라며 “연초와 달리 정치 불확실성이 완화하며 소비심리도 개선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김선태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강(强)달러에 힘입어 우리나라와 함께 중국 일본 등도 수출이 회복되고 경제도 성장하는 모습”이라며 “달러화 대비 원화 값이 1080~1140원 사이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신익 신한은행 리서치팀장 또한 “외국인 자금이 주식시장에 유입되는 등 기초체력만 보자면 원·달러 환율이 기조적으로 오를 가능성이 낮다”고 했다.
다만 달러화 대비 원화 값의 상승(원·달러 환율 하락) 폭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B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우리나라도 부담을 덜었다”며 “그간 사라졌던 외환당국의 개입 경계감이 살아나면서 변동 폭이 좁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