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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청계산 자락. 도심에서 20분쯤 걸으면 하늘을 찌를 듯한 알루미늄 파이프의 숲이 나타난다. 바로 세계 최초 오디오 박물관, 오디움(Audeum)이다. 2024년 5월 개관. 도쿄올림픽 주경기장을 설계한 일본의 건축가 쿠마 켄고가 디자인했다. 건축 외관만으로도 숨이 멎을 만큼 아름답다. 총 2만여 개의 파이프가 외벽을 감싸며 빛과 그림자가 교차하는 숲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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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은 철저히 ‘소리’를 위한 구조다. 9m 높이의 천장은 대형 스피커의 울림을 품는다. 나무 재질의 벽과 바닥은 음향판이 되고, 공간이 곧 악기가 된다. 내부에는 100년 오디오의 역사가 담겼다. 매킨토시, 마란츠, JBL, 알텍랜싱, 심지어 오디오계의 전설 웨스턴 일렉트릭과 클랑필름까지. 한 걸음, 한 걸음이 고요한 전율이다.
지하 라운지에는 10만여 장의 바이닐이 정갈하게 놓여 있고, 꽃 모양의 패브릭 구조물이 입체 음향을 완성한다. 그곳에 앉아 듣는 한 곡의 클래식은 어쩌면 여행 그 자체보다 깊다.
관람은 하루 125명, 100% 예약제. 전시명은 ‘정음-소리의 여정’. 2주 전 화요일 오후 2시에만 예약 가능하다. 이미 마니아들 사이에선 예약 경쟁이 치열하다.
위치는 서초구 헌릉로8길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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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3층, 청자실과 금속공예실 사이에 자그마한 공간 하나가 숨어 있다. 이름하여 공간 ‘사이’. 국보 성덕대왕신종의 소리, 그 은은하고도 깊은 맥놀이를 청각, 촉각, 시각으로 모두 느낄 수 있다. 스피커에서 울리는 저주파의 진동은 의자에 달린 셰이커(Shaker)를 통해 몸으로 전해지고, 청음의자에 앉으면 소리의 숨결이 피부로 흐른다.
양옆엔 느티나무, 구리, 주석 등 종의 재료가 그대로 놓여 있어 만질 수 있다. 소리란 물질이자 파동이며, 감정이 된다는 것. 이곳은 그걸 보여준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감성적 체험 공간을 꾸준히 확장 중이다. ‘사유의 방’에서는 오롯이 두 점의 반가사유상만 마주하게 하며, ‘어린이박물관’에선 뛰고, 만지고, 퍼즐을 맞추며 역사를 체험하게 만든다. 박물관은 더 이상 조용한 공간이 아니다. 이젠 감각의 놀이터다.
위치는 용산구 서빙고로 137. 매일 10시~18시까지. (수·토요일은 21시까지 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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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은평구의 깊은 숲. 진관사에 들어서면 소리가 아니라 ‘소리의 여백’이 맞이한다. 일주문을 지나 극락교에서 들리는 물소리, 숲길에서 부는 바람결, 그리고 저녁 6시 30분에 울리는 대형 범종의 맑고 둔중한 종소리가 온몸을 감싼다.
범종은 높이 1.6m, 구경 91cm. 새벽엔 28번, 저녁엔 33번 울린다. 그 울림은 기계가 아닌 수행의 일부이며, 한 치의 번민도 지워낼 듯 깊다.
템플스테이로 하룻밤을 보내면 아침 종소리로 깨어나는 일상의 사찰화가 가능하다.
내부엔 산사음식연구소와 향적당도 있다. 진관사의 사찰음식은 단순한 채식이 아니다. 지혜와 자비로 만든 음식, 수행의 일부다.
위치는 은평구 진관길 73. 사찰투어는 토·일요일 11시부터 15시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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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여행지는 북촌의 어둠 한가운데다. 전시관 입구에서 스마트폰을 포함한 모든 전자기기를 맡긴다. 그리고 100분 동안, 완전한 어둠 속에서 맹인 로드 마스터의 안내를 받는다.
처음엔 막막하지만, 이내 귀가 열리고 마음이 움직인다. 지팡이 끝에 닿는 벽, 귓가를 스치는 바람, 손끝에 감도는 따뜻한 숨결이 눈보다 더 많은 것을 보여준다.
이번 테마는 ‘회상기억, 그리고 추억의 전람’. 어둠 속 소리는 추억을 깨우고, 감정은 고요한 대화가 된다. 연인에게도, 가족에게도 서로를 다시 이해할 기회를 준다. ‘보이지 않기에 더 잘 보이는 것들’이 있다.
위치는 종로구 북촌로 67. 회차당 최대 8명, 15분 간격 입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