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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지난해 급격한 성장 둔화…사상 첫 분기 매출 감소
3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화웨이는 전날 2020년 실적을 발표하며 매출이 전년대비 3.8% 증가한 8914억위안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순이익은 3.2% 늘어난 646억위안을 기록했다.
미국의 제재에도 성장세를 유지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기도 하지만, 2019년 매출과 순이익 증가율이 각각 19.1%, 5.6%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미국의 전방위적 압박과 제재가 효과를 보이고 있는 것이라는 평가다.
WSJ은 “중국을 제외한 지역에선 매출이 크게 줄어든 데다, 연간 매출은 늘었지만 지난해 4분기 매출은 감소했다. 이는 화웨이에게 있어선 매우 이례적인 실적”이라고 설명했다. 화웨이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2201억위안으로 전년 동기대비 11.2% 뒷걸음질쳤다.
또 지역별로 살펴보면 중국 매출은 전년대비 15.4% 늘어난 5849억위안을 기록한 반면 유럽·중동·아프리카 매출과 아시아·태평양 매출은 각각 12.2%와 8.7% 줄었다. 미주 지역에선 4분의 1(24.5%) 토막이 났다. 그나마 중국 매출도 2019년 36.2% 성장한 것과 비교하면 반토막 난 셈이다.
이에 블룸버그통신도 4분기 매출 감소에 주목하며 “화웨이의 전년 대비 분기 매출이 감소한 것은 사상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5세대(5G) 이동통신용 화웨이 장비 사용을 금지하도록 압박하는 등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미 정부가 동맹국들을 상대로 벌인 전방위 제재가 분기 매출 감소에 영향을 끼친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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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실적이 위축된 대신 경쟁사들은 반사이익을 누리게 됐다.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기업으로는 에릭슨이 꼽힌다. 화웨이의 실적이 고꾸라진 지난해 4분기 에릭슨은 5G 네트워크 장비 판매에 힘입어 매출이 696억크로나로 전년 동기대비 13% 급증했다. 회사는 동북아시아, 유럽 및 북미 지역 판매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WSJ은 “미국 주도로 이뤄진 화웨이 제재 및 압박 국면에서 에릭슨보다 더 많은 혜택을 누린 곳은 없다.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에릭슨의 사업은 급격히 하락했지만, 이제는 전 세계 셀룰러 장비 판매 부문에서 화웨이를 능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델오로그룹(Dell‘Oro Group)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통신 장비 시장에서 에릭슨의 점유율은 35%로 전년대비 2%포인트 상승했다. 뒤이어 노키아가 전년대비 1%포인트 오른 25%를 차지했으며, 화웨이는 2%포인트 하락한 20%를 기록했다. 화웨이의 점유율이 고스란히 에릭슨에게 넘어간 셈이다.
미 정부가 화웨이를 제재하게 된 것은 5G 기술을 무인자동차, 로봇이 운영하는 공장은 물론 인터넷에 연결된 일상 생활용품들까지 아우르는 상업적·군사적 혁신 기술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화웨이 장비를 사용할 경우 자칫 중국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해커가 언제든 중요 정보를 탈취할 수 있다고 우려가 나오게 된 배경이다.
에릭슨은 미국의 화웨이 때리기에 발맞춰 지난해 댈러스에 첫 5G 제조 공장을 개설했다. 중국에도 생산기지를 두고 있지만, 이곳에서 만든 장비는 중국과 아시아, 아프리카에만 공급하고 있다.
트럼프 전 행정부의 한 전직 관료는 WSJ에 “미국이 화웨이와 경쟁할 수 있는 기업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은 차라리 중국 기업(화웨이)보다 북유럽 기업(에릭슨이나 핀란드의 노키아) 장비로 글로벌 5G 네트워크가 구축되길 바랐다”며 “이를 위해 미 정부는 개발도상국에 장비 구매를 위한 대출을 제공하고 있으며, 미 정부가 에릭슨 및 노키아 지분을 보유할 수도 있다는 생각까지 퍼뜨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