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 조상원)는 “지난 2월 19일 금감원으로 수사 인력을 보내 수사에 필요한 자료를 제출받은 바 있다”며 “(구체적인 압수 수색 대상과 범위, 방식에 대해)말할 순 없다”고 확인했다. 이날은 검찰이 검사 4명을 보강한 후 첫 압수 수색에 나선 날이었다.
애초 라임자산운용과 신한금융투자에서 압수 수색을 벌인 사실만 전해졌는데 금감원에도 검사와 수사관을 투입했던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미리 선별한 디지털 문서를 넘겼다”며 “파란색 상자에 압수품을 강제로 쓸어담아 가는 압수 수색과 다르다”고 말했다.
크게 주목받지 않았던 금감원 압수 수색이 이제 와 회자하는 것은 경우에 따라 금감원을 표적으로 수사가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투자자는 금감원이 청와대와 교감 하에 라임자산운용을 봐주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해 왔다.
한 방송사에서 지난 9일 금감원에서 청와대로 파견 나간 경제수석실 행정관 A씨가 라임자산운용에 얽힌 문제를 막았다는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을 공개한 만큼, 관건은 당시 벌인 압수 수색과 관련 여부다.
금감원은 전혀 무관하다고 해명한다. 우선 시기적으로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피해자 측이 검찰에 해당 녹취록을 넘긴 시점은 1차 압수 수색 이후인 지난달 25일이다. A씨 존재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 전이다. 만약 검찰이 A씨에 대해 사전에 인지했다고 해도 아직 청와대에서 복귀하기 전이어서 금감원을 강제 수사해 얻을 실익이 없었다.
A씨가 금감원 연수운영팀장으로 발령난 건 지난달 26일이다. 하루 뒤인 27일 검찰은 대신증권·KB증권·우리은행 등에 대해 2차 압수 수색을 했는데, 이때 금감원에 재차 들이닥치진 않았다.
문제는 앞으로다. 흔히 수사는 살아 있는 생물이라고 표현한다. 함부로 예단할 수 없다는 말이다. 녹음파일에 등장하는 증권회사 간부 장모씨는 지난해 12월19일 투자자와 만나 A씨 명함을 꺼내 보여주며 “이 사람이 핵심, 키”라고도 했다. 그러다 “‘A씨가 라임자산운용 관련 문제를 다 막았다’고 한 것은 피해자를 안심시키고자 둘러댄 말”이라고 번복했다. A씨 역시 ‘장씨를 알지 못하고 청와대에서 금감원 관련 업무를 했지만 지시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미세한 입장 변화가 감지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10일 “A씨가 지난해 연말 친구들 모임에서 장씨를 만나 명함을 주고받은 적이 있지만 이후 장씨를 본 적이 없고 금감원에 지시한 적도 없다며 언제든 필요한 조사를 받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당초 만난 적 없다며 장씨와 관계를 부인하다 명함이 나오자 말을 바꾼 것으로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금감원은 대응을 자제하고 청와대가 전면에 나선다는 데 있다. A씨 윗선에 있는 청와대 참모들로 수사 칼날이 향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를 감싸려다 스텝이 꼬여 금감원이 유탄을 맞을 수 있다.
현재로서는 장씨와 만난 경위, 나눈 대화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A씨를 최소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불러 조사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장씨가 녹음파일에서 밝힌 대로 A씨가 라임자산운용 문제 해결에 역할을 했는지, 벼랑 끝에 몰린 장씨가 허언을 내뱉은 건지 규명하기 위해 금감원 감독 또는 검사 부서를 수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