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내 호출한 7대 모두 퇴짜…벌써 불만 커지는 `S택시`

택시요금 인상을 앞둔 지난 2월 서울 시내 한 대로변에 손님을 태우기 위해 줄지어 서 있는 택시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서울시가 이달 1일부터 시범 운영하고 있는 S택시(S-Taxi)가 선보인지 며칠도 안돼 벌써부터 불만의 목소리를 낳고 있다. S택시는 승객이 스마트폰 호출앱을 실행하면 반경 1㎞ 이내의 빈 택시를 보여주고 승객이 빈 택시를 직접 선택해 호출할 수 있다. 승객의 목적지는 사전에 볼 수 없다. 기사가 승객을 골라 태우는 승차거부를 차단하겠다는 취지에서다.

◇ 1시간 동안 7대 빈 차 호출…탑승엔 모두 실패

시범운행 후 첫 평일인 3일 점심시간에 직접 사용해봤다. 약 1시간 동안 7대에 달하는 빈 차를 호출했지만 탑승에는 모두 실패했다. 이 중 5번은 택시가 콜은 받은 후 2~3분 뒤에 일방적으로 호출을 취소했다. 시범운행 중인 S택시는 근방 20대까지 빈 차를 보여주지만 콜을 받은 빈 택시가 호출을 거부해도 별다른 제재가 없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택시사업개선명령을 통해 택시사업자는 공공승차앱의 설치 및 이용을 의무화하도록 조치했으나 카드결제단말기에 설치만 됐을 뿐 기사들의 콜 거부를 막을 방법이 전혀 없어 빈 차 사용이란 의미 자체가 사라졌다.

게다가 사용자가 콜을 취소할 권한이 매우 제한적이었다. 오지 않는 택시를 5분 정도 기다리다 지친 고객이 두 차례 이상 콜을 취소할 경우 24시간 동안 S택시를 부를 수 없게 된다. 이 사실을 모르고 한낮 폭염에 땡볕 아래 무심코 두 번 콜 취소하고 다시 배차 요청을 눌렀다가 S택시 호출 정지 24시간에 걸렸다. 일반 호출 후 다른 차량에 탑승해도 페널티가 전혀 없고 단지 스마트호출일 경우엔 배차 뒤 5분이 경과하고 호출을 취소하면 500원을 물리는 카카오T와 비교됐다.

1일 ‘S-Taxi앱’ 시범오픈. (사진=서울특별시)

무려 1시간 넘게 S택시를 호출하다 허탕을 친 뒤 카카오T로 일반택시를 호출해봤다. 배차까지 10초도 안 걸렸다. 게다가 콜 비가 1000원 부과되는 스마트호출이 아닌 일반 호출에도 즉각 택시가 배정됐다. 서울시는 시범운영 기간 모인 데이터로 콜을 거부했을 경우 부과할 페널티와 승객 호출에 무조건 응하는 것에 대한 수수료(콜 비)를 협의할 예정이다. 다음 달부터는 강제배차 기능이 있는 S택시에 택시요금 외에 추가금이 발생하는데 콜 비 없이도 탑승이 가능한 다른 택시 호출앱을 두고 굳이 S택시를 쓸 승객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 들었다.

◇ 불러도 오지 않는 S택시…땡볕 아래 2번 콜 취소했다가

일단 택시에 올라타 기사에게 S택시로 택시 승차가 힘들다고 하자 “결제단말기로 들어오는 콜 자체를 기사들이 알지 못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30년간 근무한 전자회사를 퇴직한 이후 법인택시를 몰다 지난해 개인택시로 전환했다는 60대 남성기사는 “S택시를 신청한 적도 없는데 결제단말기를 보니 콜 요청이 몇 개 들어왔었다”며 “카카오택시만 보고 운행을 하다 보니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나도 모르는 사이 S택시 콜을 10개 가까이 취소 당한 것 같다”고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카카오T, T맵 택시, 타다 등 민간업체와의 경쟁력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자본력을 앞세운 대기업들이 속속 택시업계에 뛰어드는 상황에서 기사 입장이 아닌 소비자 입장에서 고안된 호출앱을 택시기사들이 얼마나 자발적으로 참여하겠냐는 것이다.

S택시 콜 거부 화면(왼쪽). 택시기사가 콜을 거부해도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지만 오른쪽 화면처럼 사용자가 호출 취소할 경우 최대 24시간까지 S택시를 사용할 수 없다. (사진=이데일리 DB)

실제 택시 호출서비스엔 다음카카오·SK텔레콤에 이어 우버까지 가세한 상태다. 최근에는 규제혁신형 플랫폼 택시 논의를 주도하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T를 활용한 준대형·대형세단 각 1000대, 11인승 이상 승합차 3000대 시범운영 계획을 택시업계에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3일엔 법인택시연합과 함께 주도적으로 정부를 향해 규제혁신형 플랫폼 택시 협의 착수를 촉구하기도 했다. 개인택시가 아닌 택시회사들은 남아도는 회사택시를 카카오에 제공하고 수익을 챙길 수 있다.

택시업계가 서비스하고 있는 웨이고 블루와 충돌한다는 문제도 있다. 웨이고 블루 역시 목적지 미표시로 기사에게 골라 태우기 선택권을 주지 않는다는 점은 S택시와 동일하다. 때문에 서울시는 서울택시승차앱 적용대상에서 웨이고 블루 택시를 제외하고 운영하고 있다. 웨이고 블루 운영대수는 100대에 달한다. 서울시 도시교통실 택시물류 담당자는 “6월 한 달 시범운영 기간 동안 콜 중지 사례에 대해 자료 수집 및 소명자료 취합을 통해 참여율을 고취할 방안을 고민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