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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 하늘과 쌀쌀한 바닷 바람이 부는 가운데 노란 조끼를 입은 중학생 10여명은 팽목항 등대 앞에 노란색 종이로 접은 종이배를 바람에 나부끼는 노란 리본 사이사이에 걸었다. 노란 종이배는 학생들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미수습자에게 쓴 편지였다. ‘잊지 않겠습니다, 기억하겠습니다’ ‘전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항상 기도하겠습니다’ 등의 글귀가 적혔다.
오후에는 미수습자 9명의 무사귀환을 염원하는 기원제가 열렸다.
기원제에는 9인분의 밥과 국, 나물 등이 차려졌다. ‘엄마의 밥상’이라는 이름의 상차림에는 조은화·허다윤·남현철·박영인·고창석·양승진·권재근·권혁규·이영숙 등 미수습자 9명의 이름을 수놓은 손수건과 배냇저고리가 함께 놓였다. 예불을 맡은 정외 스님(경기 남양주 오남사)은 미수습자 9명의 귀환을 바라며 이름 하나하나를 호명하며 기원제를 마쳤다.
행사를 주관한 전연순 금비예술단 단장은 “손수건은 미수습자 가족이 흘린 눈물을 닦아주자는 의미를, 배냇저고리는 세상에 처음 태어나 입었던 옷으로 미수습자들이 하루 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길 바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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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해남에서 온 서모(60)씨는 “전남 바다는 365일 파도가 치고 바람 부는 날밖에 없는데 오늘 이렇게 바다가 잠잠할 수가 없다”며 “도대체 왜 인양이 미뤄지는지 알고 싶어 이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서씨는 “가족을 잃은 마음을 위로할 길이 무엇이 있겠느냐”며 “실제 현장에 와보니 더욱 피부로 느껴져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전북 전주에서 중학교 교사로 재직 중인 김모(42·여)씨는 “국가가 제 역할을 못했고 학생들의 인권이 어떻게 보호받지 못했는지 배우기 위해 현장을 찾았다”며 “조속한 인양을 통해 꼭 진실이 밝혀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모(64)씨는 “자식 있는 부모라면 그 참담한 마음을 모두 이해할 것”이라며 “정부도 말로만 바꾸겠다 하지 말고 근본적인 개선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꼬집었다.
당초 이날 정오쯤 판가름 날 것으로 알려졌던 세월호 본 인양 여부는 오후 늦게까지 확정되지 않아 지켜보는 이들의 속을 태웠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오전 10시부터 진행 중인 시험 인양에 특별한 문제는 없다”며 “선체 균형잡기 등 정밀한 조정 작업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곧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본 인양 추진 작업이 이뤄진다면 오늘 밤 늦게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4·16가족협의회 10여명은 사고 해역에서 1.6㎞ 떨어진 동거차도 정상에 천막 3동을 설치하고 인양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