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동안 1.2조 급증‥공모주 청약 수요 가세
9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36조450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135조1843억원)과 비교해 불과 6영업일 만에 1조2658억원이나 늘었다.
신규 마이너스통장(한도대출) 개설도 늘고 있다. 2월에는 1600건에 불과했으나 이달 들어 하루 평균 2000건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부터 지난 1월까지 급증했던 신용대출은 지난달 잠시 주춤했다. 정부의 규제 수위가 올라가고 부동산이나 주식시장 열기도 식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5대 은행의 신용대출은 556억원 감소했다. 그런데 이달 들어서며 분위기가 급격히 달라진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달 주식시장의 기업공개(IPO)가 증가하면서 청약을 위한 자금수요가 일시에 몰린 영향으로 해석하고 있다. 3월 상장 예정 기업은 12곳으로 21년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이 예상된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큰 SK바이오사이언스가 이날부터 이틀간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일반 공모주 청약에 들어갔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수요 예측에서는 1275 대 1의 경쟁률을 기록, 국내 자본시장 역사상 최고기록을 새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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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앞두고 가수요‥당국 모니터링 강화
금융권에서는 신용대출이 늘어난 데는 이달 공개되는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앞두고 가수요도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현재 금융기관별로 적용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단계적으로 개인별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이다. 고액대출은 원금분할 상환하는 계획도 포함된다. 돈 빌리는 입장에서는 대출 문턱이 올라갈 수 있다는 뜻이다. DSR 기준은 40% 안팎에서 결정할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금융당국이 연 소득 8000만원이 넘는 고소득자의 1억원 초과 신용대출에 대한 DSR 40% 규제를 발표하자 막차수요가 몰리면서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이 일주일만에 1조5000억원 늘기도 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혹시 모를 자금수요에 대비해 규제 전 마이너스 통장이라도 만들어놓자며 창구를 찾는 고객이 꽤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금융당국 관계자는 “2월 신용대출이 줄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규제가 신용대출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청약을 위해 대출받았다가 증거금을 되돌려받으면 대출을 바로 갚는 경우가 많아 월말로 갈수록 대출규모가 줄어들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신용대출이 급증하면서 금융당국도 경고등을 켰다. 도규상 금융위 부위원장은 “글로벌 금리인상과 국내금리 동조화 현상이 나타나면 기업의 자금조달비용 증가와 가계대출 금리부담 증가 등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최근 금리상승 리스크 요인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필요하면 적시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