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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심장을 찌르는 자극! 기아 스팅어 3.3GT AWD

남현수 기자I 2018.10.30 17:13:45
[이데일리 오토in] 카가이 남현수 기자= 기아자동차의 첫 스포츠 세단 스팅어는 출시 전부터 매력적인 디자인과 성능으로 자동차 마니아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국산차 최초로 고성능 스포츠 세단의 포문을 연 모델이기도 하다. 물론 고성능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확실히 경쟁 세단들에 비해 성능과 스포츠성이 우수한 것은 확실하다. 성능을 떠나 디자인만 놓고 봐도 스포티함이 물씬 풍겨난다.

스팅어(Stinger)는 '쏘는 동물의 침, 찌르는 것'이라는 뜻이다. 시승 차량은 2019년형이다. 3.3L V6 트윈터보 엔진에 AWD까지 갖춘 스팅어 최상위 라인업 GT 모델이다. 가격은 수입차 뺨치는 5000만원대다.

시승 전 차량 정보를 찾아봤을 때 스팅어를 타 본 시승기는 칭찬일색이었다. '정말 그럴까'하는 생각을 하면서 부족한 점을 찾아내려고 시승에 임했다. 스팅어를 운전하는 3일 내내 뒷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듯 얼얼했다. 인정하기 어려웠지만 스팅어는 잘 만든 국산차다. 적어도 스포티성을 좋아하는 마니아층에게 말이다.

외관은 스포츠 세단답게 날렵하고 납작하다. 외관에서 기아차의 패밀리룩인 호랑이 코 그릴을 제외하면 어디서도 기아차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없다. 스팅어는 '기아'라는 브랜드를 떼어 버리는 게 더 낳을 정도로 차원이 다른 차다. 스포티한 장거리 여행을 위한 GT(Grand Touring)카를 컨셉으로 개발된 스팅어는 날렵한 패스트백 디자인이 적용됐다. 외관을 자세히 살펴보면 일반 세단과 다른 디자인 요소가 여기저기 보인다. 혹자는 디자인 요소가 너무 많아 난잡하다고 지적하지만 기자의 눈에는 세련됨이 더 돋보였다. 스팅어의 낮은 루프라인과 범퍼, 그리고 긴 휠베이스는 고성능 차의 정석을 보는 듯하다. 에어로 다이나믹을 고려해 디자인 된 범퍼의 에어터널과 보닛 위 두 개의 구멍은 시각적 요소뿐 아니라 공기의 흐름이 원활하게 한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아 거슬리던 후면 디자인도 며칠간 눈에 익으니 다른 차와 구별되는 매력적인 요소로 보인다. 트렁크 리드를 길게 빼 마치 리어 스포일러처럼 디자인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3.3L 대배기량 엔진답게 머플러는 좌우에 각각 두 개씩 자리잡는다.

시승차는 외관과 조화를 하도록 실내도 레드 가죽을 적용한 모델이다. 자칫 과할 수 있는 빨간색 외장컬러에 빨간색 인테리어 조합은 스팅어 이기에 소화가 가능해 보였다. 알칸타라로 마감된 실내는 고성능 차량임을 뽐낸다. 벤츠의 느낌이 물씬 나는 원형 송풍구가 자리잡고 있다. 플로팅 타입의 8인치 센터 디스플레이는 기존 기아차 세단 모델과 조작법이 같다. 익숙하게 차량을 세팅하고 전자식 기어노브를 D로 바꾸면 달릴 준비가 끝난다. 시트는 단단하다. GT 컨셉의 차량답게 편안하게 운전자를 꽉 잡아준다. 두툼한 스티어링휠을 선호하는 경우라면 스팅어의 스티어링휠 두께는 아쉽게 느껴 질 수 있다.

스팅어의 뒷좌석 공간은 생각보다 여유롭다. 스팅어의 전장, 전폭, 전고, 휠베이스는 각각 4830mm, 1870mm, 1400mm, 2905mm이다. 후륜구동 패스트백 차량들은 뒷좌석 공간이 답답한 경우가 많지만 스팅어는 예상외로 2열 공간이 여유롭다. 앞서 시승한 닛산 맥시마와 비교해도 스팅어의 뒷좌석 공간은 나쁘지 않다. 다만 뒷좌석 시야가 너무 좁아 답답하게 느껴진다. 아울러 패스트백 디자인을 강조하다 보니 후방 시야는 거의 장님 수준이다. 주차를 하거나 후진을 할 때 후방카메라를 이용하지 않고는 사실상 후방 물체 식별이 불가능 할 정도다. 문득 쌍용차 액티언의 좁은 후방 시야가 떠 오른다. 트렁크 도어는 패스트백 디자인이라 뒷유리까지 같이 열린다. 여유롭게 짐을 싣고 내릴 수 있다.

스팅어의 시동을 걸고 본격 시승에 나섰다. 막히는 도심과 강변북로, 동부간선도로를 넘나들면서 스팅어에게 심장을 콕콕 쏘이는 감성을 느낄 수 있었다. 국산차에서 감성을 얘기하는 것은 조심스럽지만 스팅어는 적어도 자동차 마니아의 가슴에 불을 지필 수 있는 모델이다. 3.3.L 트윈터보 가솔린엔진은 8단 자동변속기와 만나 네 바퀴에 최고출력 370마력, 최대토크 52.0kg.m을 발휘한다. 가속페달을 밟을 때마다 반응하는 액티브 엔진 사운드는 운전자의 달리기 본성을 자극한다. 사실상 너무 조용한 게 흠이라면 흠일 정도다. 우렁차지 못한 배기음 역시 아쉬운 부분이다. 코너링은 수준급이다. 서스펜션과 댐퍼가 각자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낸다. 승차감은 전체적으로 무척 하드하다. 일반 세단을 모는 운전자라면 불편하고 멀미를 할 수 있을 정도다,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승차감은 스포츠 주행에서 빛을 발한다. 지면을 제대로 움켜쥔다. 제동능력도 준수하다. 브렘보社 브레이크는 고속에서도 차체를 잘 잡아낸다. 핸들 뒤에 위치한 패들시프트를 이용하면 더 극적인 드라이빙이 가능하다. 독일산 스포츠 세단처럼 빠릿한 변속은 보여주지 않지만 운전의 재미는 더 할 수 있다. 고성능답게 연비는 최악이다. 살살 밟아도 7km/L를 넘기기 어렵다. 조금만 밟아주면 5km/L대로 뚝 떨어진다. 애초 연비를 생각하면 탈 수 없는 모델이다.

시승차에는 AWD 시스템이 장착돼 주행 안정성을 높인다. 스티어링휠은 국내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R-MDPS가 들어간다. 이 외에도 주행의 재미를 더해주는 런치컨트롤, 주행모드 셀렉터, 횡G를 보여주는 화면, 기계식 차동기어 제한장치 등이 운전의 재미를 배가 시킨다. 안전운전을 돕는 고속도로 주행 보조, 차로 이탈방지 보조,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하이빔 보조, 후측방 충돌 경고, 전방 충돌방지 보조 등의 동급 수입차 이상의 안전사양도 장착됐다.

우중충한 날씨에 비가 슬쩍 내린다. 시승을 마치며 “스팅어의 다음 세대 모델은 어떻게 진화할까”라는 생각이 스쳐간다. 기아차가 2009년형 세단 K5를 처음 출시했을 때 여태껏 볼 수 없었던 유러피안 디자인과 모나지 않은 성능으로 중형 세단 시장에서 뜨거운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이후 출시 된 모델들이 1세대 K5를 뛰어넘는 파격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고만 고만한 디자인의 K시리즈'라는 평가 속에 인기가 시들해졌다.

스팅어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5% 미만인 스포츠카 세그먼트로 인기가 없는 장르의 모델이다. 고성능을 추구하다 보니 국산차지만 가격대는 5000만원이 넘는다. 경제성으로 따지면 3.3L 대배기량 엔진은 기름먹는 하마다. 그렇다고 뒷좌석이 넓고 편안하지도 않다.

스팅어 3.3터보 GT트림의 기본가격은 4938만원이다. 여기에 245만원의 AWD와 79만원의 와이드선루프까지 더하면 5262만원이다. 5000만원 이상이 되면 사실 성능보다 브랜드의 가치를 따지는 소비자들이 많아진다. 기아차의 브랜드 가치는 경쟁해야 할 독일 브랜드 세단에 비하면 형편없다. 스팅어가 더 잘되기 위해서는 스팅어만의 개성으론 부족하다. 스팅어는 '기아'임을 감안하면 잘 만든 고성능 세단이다. 문제는 5000만원대 가격이라면 잘 만든 것과 수치상 성능을 내세워 판매하기 어렵다. 남과 다른 무엇이 필요하다. 크게 보면 기아차의 대형세단 K9의 입지까지 감안했을 때 '기아'가 아닌 새 브랜드에 대한 도전이 필요해 보인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현대기아차는 요즘 수익성에 문제가 생겼다. 더구나 노사 관계는 세계 자동차 기업 가운데 여전히 최악이다. 2000년대 이후 현대기아차가 '대졸 신입 사원' 모집에서 인기 상종가였던 이유는 '연봉이 높아서' 였다. 문제는 더 이상 현대기아차가 월급을 많이 주는 회사가 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런 환경 속에 스팅어의 존재감은 잘 만든 것에 비해 점점 작아 보이는 게 현실이다. 현대기아차가 스팅어 후속 모델까지 내놓으려면 월급이 아닌 '카가이(Car Guy)'가 필요할 때다.

한줄평

장점 : 차를 잘 모르는 사람은 국산차인지 수입차인지 구분을 못한다!

단점 : 기아차라는 점, 중고가격 방어가 안돼 곧 도로의 무법자로 낙인 찍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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