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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논란에 靑 부실 인사시스템 또다시 ‘도마’

김영환 기자I 2017.08.31 17:28:05

박성진 장관 지명시 인사검증시스템 미작동 비판
언론에 드러낸 사관도 사전 감지 못해
박 장관 "나라에 공헌할 부분 있다" 사퇴 거부

창조론 논란에 이어 뉴라이트 사관 문제 등 ‘이념논란’이 불거진 박성진 초대 중소기업벤처부장관 후보자가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논란 해명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듣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문재인 정부 1기 내각 인선이 마무리 됐지만 ‘마지막 퍼즐’에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창조과학’ 신봉에 이어 ‘뉴라이트’ 사관 문제까지 터져나오면서 박성진 중소기업벤처부 장관 후보자의 거취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재인 정부의 인사시스템 문제가 다시 고개를 드는 모양새다. 한 달이 넘는 고민 끝에 박 장관 후보자 카드를 내놨지만 현 정부의 정책 방향과 결이 맞지 않는 인물인 것이 드러나면서 인사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의혹의 눈초리가 쏠린다.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데도 박 후보자가 31일 야당의 지명 철회 요청에 대해 “부족한 사람이지만 나라에 공헌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청와대 역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 앞서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조대엽 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모두 자진 사퇴 형식으로 장관 후보군에서 물러났다.

박 후보자의 이력 중 청와대에도 타격을 입힐 수 있는 문제는 건국절 문제다. 언론 기고를 통해 박 후보자는 ‘대한민국 건국 70년’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1948년 단독 정부 수립을 건국일로 보는 뉴라이트적 사관을 드러냈다. 일본 식민지 시대에 태어난 세대가 민주화를 이뤘다는 요지의 기고를 남기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1919년 임시정부 수립을 건국 시점으로 보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지난 15일 8·15경축사에서도 “2019년은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이라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가 직접 지목한 후보자가 문재인 정부의 국가관 및 역사관과 정면 배치되는 촌극이 연출된 셈이다.

더욱이 박 후보자가 문 대통령이 중소기업청을 부로 승격시키면서 공을 들인 중소벤처기업부 초대 장관 자리에서 논란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더욱 타격이 크다. 다른 장관과 달리 한 달이 넘는 시간을 들였는데도 이념 문제 파악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인사 담당 참모진에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 후보자가 자신의 사관을 다른 곳도 아닌 ‘언론’에 고스란히 노출시켰는데도 이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박 후보자의 사퇴 여부를 떠나 새 정부 출범 후 지속적으로 지적돼온 청와대의 부실 인사검증 논란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용호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이 있긴 있나”라며 “보은·코드인사, 논공행상 인사가 계속되고 있다. 청와대는 고장 난 인사검증 시스템을 폐기하고 수리하시길 촉구한다”고 날을 세웠다.

청와대는 “인사청문회에서 본인이 충분히 소명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명 철회를 검토하거나 후보자 사퇴에 대비하는 단계는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에 대체로 우호적인 정의당에서도 박 후보자를 정면 반대하고 있고 여당 내에서조차 박 후보자에 대한 회의 목소리가 감지되고 있어 청와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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