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최근 발간한 회고록으로 불거진 2007년 노무현정부 당시 북한인권결의 ‘기권’ 결정 관련 논란이 또 다른 국면을 맞았다.
송민순 문재인 등 그동안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자제해 오던 당사자들이 나서면서 여야간 공방으로 번졌던 논란은 다시 ‘진실게임’으로 전환되는 분위기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한발 물러나 있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송 전 장관의 회고록 내용에 대한 반박 입장을 냈다.
문 전 대표는 10년 전 일인데다 기록이 없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전제한 뒤, “왜 이미 결정된 사항을 자꾸 문제 삼느냐”는 송 전 장관의 회고록 내용을 봐도 북한 인권 결의에 대한 정부 입장이 이미 기권으로 결정됐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당시 안보실장이 관련 회의를 주재했었다는 점을 들어 송 전 장관이 ‘기억의 착오’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 전 장관은 하루만인 24일 총장으로 재직 중인 북한대학원대를 통해 배포한 입장을 통해 문 전 대표의 주장을 하나하나 재반박했다.
송 전장관은 회고록 내용의 진위 여부 논란에 대해 “회고록을 쓰기 위해 개인적 기록, 국내외 인사들의 기록과 회고, 개별 인터뷰, 그 외 공개된 자료를 교차 확인했다”며 ‘기억의 착오’라는 문 전 대표의 지적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오히려 송 전 장관은 “문 전 대표가 이날(11월20일) 결정에 이르기까지 본인이 취한 조치에 대한 자신의 기억과 기록을 재차 확인해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고 꼬집었다.
송 전 장관은 회고록에서 2007년 11월 15일 안보정책조정회의, 16일 노무현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북한인권 결의안에 대한 입장을 정하지 못했고, 북한 입장을 확인한 뒤 11월 20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3’ 회의에 참석 중인 노 대통령이 기권 방침을 결정했다고 썼다.
송 전 장관은 “문 전 대표가 밝힌 대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당시 관계자들로 하여금 11월 20일 오후부터 밤까지 서울과 싱가포르에서 있었던 논의 경과와 발언들에 대한 기억과 기록을 다시 검토하게 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그 결과에 기초하여 자신의 입장을 정리하는 것이 정쟁의 종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도 이날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입장을 내며 논란에 가세했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은 이날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 형식으로 “명백히 말하건대 당시 남측은 우리 측에 그 무슨 ‘인권결의안’과 관련한 의견을 문의한 적도, 기권하겠다는 입장을 알려온 적도 없다”고 밝혔다.
이에 문 전 대표는 “북한은 우리 정치에 어떤 형식으로든 개입하지 말라”며 “새누리당이 쓸데없는 짓을 하니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 아닌가”라며 선을 그었다.
한편 송 전 장관은 자신의 회고록 내용이 정쟁으로 비화되는 것에 재차 유감을 표했다. 그는 “과거에 대한 소모적 정쟁으로 미래에 대한 토론이 함몰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정쟁은 조속히 종결짓고, 남북관계와 대북 정책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