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된 반려견으로 '개소주' 만들고 속죄?"...도살업자 미화 논란

박지혜 기자I 2024.11.27 18:33:14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동물권단체 동물자유연대가 “개를 식용으로 도살해오던 개 도살업자를 미화하는 내용이 담겼다”며 KBS ‘동물은 훌륭하다’ 제작진 측에 항의 및 정정 방송을 요구했다.

사진=KBS ‘동물은 훌륭하다’ 방송 캡처
동물자유연대는 27일 “지난 23일 방송된 ‘동물은 훌륭하다’ 2회에선 과거 탕제원을 운영하며 35년 동안 식육 개 장사를 해온 업자의 사연이 방송됐다. 방송을 통해 해당 업자가 현재 딸과 함께 애견목욕샵을 운영하고 있으며, 과거 고객이 훔쳐온 남의 개를 도살한 사건에 대한 죄책감을 느껴 목욕 봉사를 한다는 등의 내용이 전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방송에서 다른 사건은 2017년 집을 잃은 반려견 ‘오선이’가 납치돼 건강원에 팔려간 뒤 식용으로 도살당하면서 사회적공분을 일으켰던 동물학대 사건”이라며 “가족이 있는 유실견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개를 식용으로 이용하기 위해 잔혹하게 살해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사건 발생 당시 동물학대와 개 식용 악습에 대한 분노가 들끓었다”고 덧붙였다.

단체는 “해당 방송이 동물학대자를 미화해 2차 가해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난 9월 해당 프로그램 기획 과정에서 자료 제공을 요청받았으며 제작진으로부터 동물 식용, 신종펫숍 등 다양한 동물 주제에 대해 깊은 논의를 통해 목소리를 내고자 한다는 프로그램 취지를 전달받고 동물권 향상 계기가 되길 바라며 자료 제공에 협조했다”며 “그러나 동물의 피해와 고통을 고려하는 대신 가해자의 입장을 조명하며 동물학대자를 옹호한 해당 내용은 애초 프로그램 취지와 어긋난다”고 했다.

정진아 동물자유연대 사회변화팀장은 “방송에 출연한 가해자가 과거 운영했던 탕제원에서는 오선이 살해 사건 이전에도 살기 위해 업소를 탈출한 개를 올무로 끌고 다니다 쇠파이프로 목을 짓눌러 조르고 도살하는 등 잔인한 동물학대의 온상이었다”라면서 ”만약 살해당한 대상이 동물이 아닌 사람이었다면 방송에서 가해자를 이처럼 미화하는 내용으로 다루지 못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 팀장은 “여러 입장에서 사건을 접근하겠다는 시도였을 수는 있지만, 억울하게 살해당한 반려견 오선이와 반려인의 고통을 생각한다면 동물학대자 편에 서서 가해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은 방송의 균형이 아니라 2차 가해일 뿐”이라며 “올바른 시각으로 동물권을 다루고자 하는 방송이라면 동물학대자에게 서사를 부여해서는 안된다”라고 강조했다.

방송 후 시청자들의 민원이 빗발치자, 현재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영상이 삭제됐고 시청자 소감 게시판은 비공개로 전환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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