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차명주식 허위신고, 이호진 전 태광 회장 고발 조치

이명철 기자I 2021.02.03 15:28:00

공정위, 동일인 지정자료 제출시 허위 기재 행위 적발
태광산업·대한화섬 차명주식 16만연주 상속, 신고 안해
“대기업집단 고의 허위제출 첫 고발…지속 감시할 것”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친족이나 회사 임직원 등의 이름으로 된 차명주식을 상속 받은 후 본인이 소유하지 않은 것처럼 허위 신고를 한 혐의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고발 조치됐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지난 2019년 2월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업집단 태광의 동일인인 이호진 전 회장에 대해 2016~2018년 지정 자료를 제출할 때 태광산업(003240)·대한화섬(003830)에 대해 차명 소유주로 허위 기재한 행위를 적발해 고발 조치했다고 3일 밝혔다.

공정위는 매년 상호 출자제한 기업집단 등 지정을 위해 기업집단 동일인에게 소속회사·친족·소속회사 주주·비영리법인 현황과 감사 보고서 등 자료 제출을 요청한다. 이 전 회장은 2004년부터 2018년까지 15년간 해당 자료를 제출할 때 차명주주로 지분율을 허위 기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다만 형사소송법상 공소시효(5년)를 감안해 이번 고발 조치는 2016년 이후만 적용했다.

이 전 회장이 2018년 제출한 지정자료를 보면 태광산업의 지분율은 15.82%(17만6126주), 대한화섬은 19.33%(25만6694주)다. 공정위는 실제 이 전 회장의 지분율은 태광산업이 29.40%(32만7333주), 대한화섬 20.04%(26만6183주)라고 파악하고 있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지분율 관련 제출 자료와 실제 차이. (이미지=공정거래위원회)
공정위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은 지난 1996년 11월께 부친으로부터 태광산업 주식 57만2105주, 대한화섬 주식 33만5525주를 차명주식으로 상속 받았다. 이는 친족이나 태광그룹 임직원 등에게 명의 신탁한 주식이다.

이 전 회장은 상속 받은 차명주식 중 일부를 1997년에 실명 전환했지만 나머지 차명주식(태광산업 15만1338주, 대한화섬 9489주)은 그대로 보유했다. 2019년 4월 돼서야 차명주식을 정정신고하고 실명 전환했는데 이듬해 증권선물위원회가 이에 대해 주식 등의 대량 보유 상황 보고 등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수사기관에 통보 조치했다.

공정위는 이 전 회장이 2016~2018년 지정 자료를 제출할 때 본인 소유 주식을 차명주주가 소유한 것처럼 제출해 실질 소유 기준 지분율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는 공정거래법 제7조의2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2017년 개정한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지정자료 허위 지출 행위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 벌금을 조치할 수 있다.

공정위는 이 전 회장이 1996년 상속 당시부터 차명주식의 존재를 인식하고 실질 소유했으며 2004년부터 제출한 지정자료에 직접 기명날인한 점, 태광산업·대한화섬 대표이사로 재직하며 주식소유현황 신고 의무도 부담한 점을 감안할 때 지정자료 허위 제출 인식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또 총수일가 지분율이 실제로는 39% 가량인데 차명주식을 신고하지 않아 26%로 그치면서 사익편취 규제(상장사 지분율 30%) 대상에서 배제돼 법 위반 중대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치는 대기업집단의 고의적인 지정자료 허위 제출에 대한 고발지침을 처음 적용한 사례다. 공정위는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와 지배력 파악을 위한 지분율 자료에서 차명주식 관련 허위 제출을 판단·제재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공정위 기업집단정책과 관계자는 “경제력 집중 억제 시책에 영향을 미치는 지정자료 허위 제출 행위 감시활동을 지속할 것”이라며 “위장계열사 뿐 아니라 총수일가의 차명주식 등 허위제출 사안도 적발 시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