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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유독 급등…이달만 2.07% ↑
30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9.65원 오른 1168.15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루만에 10원 가까이 오른 급등세다. 지난 2017년 1월 이후 최고치다. 원화 값이 그만큼 가파르게 떨어졌다는 뜻이다.
올들어 1100~1130원 박스권에서 거래되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 22일 1140원을 돌파한 이후 최근 7거래일만에 30원 이상 급등하면서 잇따라 연중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간밤 뉴욕외환시장에서 주요 6개국 통화와 비교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가 소폭 떨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강보합 수준에 머무를 것이란 예상은 완전히 깨졌다. 장중 중국의 4월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예상치(50.9)를 밑도는 50.2로 발표되자 환율은 더 빠른 속도로 뛰었다.
이날 하루만의 일이 아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유독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데일리 본드웹에 따르면 29일 런던시장(OTC) 기준으로 원ㆍ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 2.07% 상승했다. 대만달러(0.19%), 인도 루피(0.60%), 중국 위안(0.33%), 일본 엔(0.84%) 등 같은 기간 아시아 주요국 통화와 비교해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최근 환율 급등의 배경으로 달러 강세 재료와 원화 약세 재료가 함께 맞물려서 상승폭을 키운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 경기 부진 우려에도 미국 GDP는 1분기 연율기준으로 3.2%의 성장세를 보였다. 달러는 2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값이 올라가면 다른 통화 가치는 상대적으로 하락할 수 밖에 없다. 아시아 신흥국 통화의 전반적인 약세 배경이다.
여기다 국내 요인이 추가됐다. 지난 1분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대비 -0.3%를 기록했다. 상대적인 경기 부진이 원화 값을 더 떨어트렸다.
수급요인도 한 몫 했다. 약 90억달러로 추정되는 4월 외국인 배당금 송금 수요로 달러 수요가 증가하는데 반해 경상수지 흑자 감소로 환율 급등을 진정시킬 달러 공급은 예전만 못하다.
특히 연초 안정적인 흐름을 나타내던 환율은 부쩍 변동성이 높아졌다. 특히 지난 한 주만에 1.96% 급등(원화가치 급락)하는 등 최근 원화 흐름에는 이상기류마저 감지되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연초 원화 강세에 베팅했던 투기성 자금이 심리적 지지선을 돌파하자 급하게 원화를 팔아치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환차손’ 우려 외국인 자본 이탈 가능성
원화 가치 하락이 이어지면 외국인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갈 수 있다. 특히 원화 값 하락이 추세적으로 이어진다는 믿음이 커질수록 자본 유출 속도도 빨라진다.
대신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원ㆍ달러 환율이 1200원으로 상승하면 외국인 주식자금 중 6조6000억원가량(약 33%)이 손실구간으로 진입한다. 한국시장을 떠날 유인이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미간 금리가 0.75%포인트가량 역전된 상황에서 환율마저 올라 환차익에 대한 기대감이 없어지면 자본 유출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주 환율 급등에도 주식시장 외국인 매수세는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이어지면서 순유입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주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은 300억원 규모 순매수를 기록했다. 외국인들이 환율의 추세적 상승 가능성을 높지 않고 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중앙은행이 금리인하 필요성을 제시한 인도와 호주에 비해 우리 경제가 유독 더 나쁘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최근 환율 급등은 우리 경제에 대한 우려로 인한 달러 매도가 아닌 투기적 수요가 환율 급등을 부추기며 일시적으로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말했다.
오히려 원화가 강세 전환할 가능성을 기대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하인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3분기 중국과 유럽 경기 개선이 뚜렷해진다는 게 확인되면서 원화도 강세로 전환될 수 있다”며 “외국인 입장에선 환차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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