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바투’ 외국인팬들 몰린 ‘이곳’…‘엔터’ 손잡는 편의점[르포]

김정유 기자I 2024.11.05 15:56:19

CU, AK플라자 홍대점 ‘뮤직 라이브러리’로 개편
투바투 앨범 3500장 3시간만 동나, 오전부터 대기줄
90%가 외국인, 中고객 “편의점서 여러 상품구매 편리”
GS ‘스마트’·세븐 ‘뷰티’ 편의점 특화매장 경쟁 가열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AK플라자 홍대점 건물 내·외부에는 다양한 국가에서 온 외국인들로 긴 대기줄이 만들어졌다. 이들은 대부분 외국에서 온 K팝 팬들이다. 중국, 러시아, 유럽 등 다양한 국가에서 온 외국인 팬들이 이처럼 한자리에 모인 건 최근 CU가 업계 최초로 선보인 ‘뮤직 라이브러리’ 때문이다. 이 편의점에선 인기 K팝 아이돌 ‘투모로우바이투게더’(투바투)의 팝업스토어를 열고 있다.
5일 오후 CU ‘뮤직 라이브러리’(AK플라자 홍대점) 외부에 길게 늘어진 대기줄. (사진=김정유 기자)
◇CU ‘뮤직 라이브러리’ 오전 한때 경찰 출동 해프닝도

이날 현장에서 만난 정우리 CU AK플라자 홍대점 점장은 “전날에도 투바투 미니앨범을 3500장 이상 확보해놨는데 불과 3~4시간 만에 동이 났다”며 “하루 동안 약 7000명의 고객들이 다녀간 것으로 보고 있는데 90%가 외국인들”이라고 말했다.

CU는 지난달 30일 기존 CU AK플라자 홍대점을 ‘뮤직 라이브러리’ 매장으로 새롭게 개편했다. 기존 라면·스낵 라이브러리와 같은 특화 매장인데 이번엔 ‘엔터’가 키워드다. 각종 K팝 아티스트를 테마로 매장을 운영할 예정이다. 엔터업계와 연계한 CU 전용 아이돌 상품도 준비했다.

이날 방문한 CU 뮤직 라이브러리는 가로 6m·세로 2m 크기의 대형 사이니지를 통해 아이돌 뮤직비디오를 송출했다. 매장 한켠에는 아이돌 상품으로만 특화돼 꾸며져 있었다. 아이돌 관련 상품은 오전에 이미 완판돼 진열대가 텅텅 비어 있었다.

2018년부터 AK플라자 홍대점을 운영해 온 정 점장은 “지난해 8월부터 본사 제의로 K팝 팝업을 기존 매장에서 일부 운영하며 테스트했다”며 “애니메이션과 K팝 수요가 많은 홍대 상권에서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 리뉴얼 오픈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뮤직 라이브러리는 일주일 단위로 K팝 아티스트 팝업을 바꿔가며 진행할 계획이다. 개점 5일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K팝 팬들 사이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을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4~5시간씩 기다리는 팬들도 생겼다. 이날 오전엔 뮤직 라이브러리 주변에 인파가 몰려 경찰이 다녀가는 해프닝도 있었다.

중국에서 온 10대 여성 장신웨 씨는 “AK플라자에 쇼핑하러 왔다가 알게 됐다”며 “편의점에서 앨범과 굿즈 등 여러 가지를 구매할 수 있어 매우 편리해서 좋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20대 러시아 여성 안나 씨도 “트위터를 통해 이 편의점을 알게 돼 방문했다”며 “투바투 상품 재고가 빨리 떨어지는 편인데 (편의점에선) 빨리 채워져서 좋다”고 말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 팝업을 진행 중인 CU 뮤직 라이브러리 내부. 오전내 물량이 모두 동나 직원들이 제품을 채워넣고 있다. (사진=김정유 기자)
◇특화매장 경쟁 치열, 점주 매출 연결이 필수

최근 국내 편의점 업계는 특화 매장 경쟁이 한창이다. 선제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건 CU다. 라면 라이브러리(홍대상상점)부터 식품 라이브러리(T2인천공항점) 등을 선보이다가 이번엔 엔터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직영점 뿐만 아니라 가맹점으로도 확대적용하는 것도 특징이다.

GS25와 세븐일레븐도 각사의 성격에 맞는 특화 매장을 올 들어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GS25는 스마트 기술 기반의 미래형 편의점을 지향한다. 인사동 초입에 직영매장을 리뉴얼해 커피·아이스크림·피자 제조 로봇을 내세운다. 가장 투자비가 많이 들지만 그만큼 눈길이 가는 콘셉트라는 평가다.

세븐일레븐은 동대문(던던점)에 화장품(뷰티)·패션 특화 매장을 냈다. 뷰티·패션을 내세운 매장은 업계에선 처음이다. 외부 스트리트웨어 브랜드와 손잡고 편의점 전용 의류를 선보이는 등 차별화도 꾀했다. 아직 직영점 1곳에 불과하지만 향후 가맹점 확대 등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편의점 특화 매장들의 공통점은 ‘외국인’이다. 모두 외국인 중심 상권에 자리하고 있다. K콘텐츠 인기에 외국인 고객 수요가 높아지자 가장 눈에 띄는 형태로 매장 형태를 진화시키고 있는 셈이다. 편의점 포화 상태 속에서 매장별 특화 전략으로 경쟁력을 가져가려는 전략이다.

하지만 아직 숙제도 많다. 특화 매장은 여전히 일부 직영점 중심인데 가맹점주들의 유도책은 아직 부족한 게 현실이다. 편의점 업계의 보여주기식 매장이란 지적도 나온다.

정 점장은 “특화매장의 전략이 실질적인 매출 상승으로 연결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인테리어, 인건비 등 많은 비용이 필요하거나 차별성이 없으면 가맹점주로서 시도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CU 뮤직 라이브러리 입구엔 중화권 고객들을 위한 중국어 안내도 써붙였다. (사진=김정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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