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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 펀드의 승리…에스엠, 변화 찾아온 광야에 기대감

김윤지 기자I 2022.03.31 18:42:41

사측 후보자 자진 사퇴로 패배 선언
주주 위임장 집계에 2시간 지각 주총
얼라인 “공감대 형성, 라이크기획 검토”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에스엠(041510)의 감사 선임 안건을 두고 최대주주인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와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팽팽한 신경전을 펼친 결과 ‘3%룰’에 힘입은 얼라인 측이 승리를 거뒀다. 이 같은 성공 사례와 강화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전략,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정착 등으로 인해 주주가치 제고를 외치며 목소리를 내는 기관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이수만(사진=SM엔터테인먼트)
에스엠은 31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얼라인 측이 주주 제안한 곽준호 SK넥실리스 전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감사로 선임했다. 이사회가 추천한 임기영 한라그룹 비상근 고문은 자진 사퇴하면서 소액주주가 추천한 곽준호 감사 후보안이 가결됐다. 이사회가 추천한 사외이사 이장우·사내이사 최정민 선임 안건도 이들이 자진해서 사퇴함에 따라 자동 폐기됐다. 재무제표 승인과 배당 결의, 이사와 감사의 보수 한도 결의 의안은 원안대로 가결됐다.

이창환 얼라인 대표는 이수만 최대주주의 개인회사인 라이크기획과 용역 계약에 대한 소액 주주의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라고 자체 평가했다. 이 대표는 “문제의식을 느낀 수많은 소액 주주들이 의결권을 위임해준 덕분”이라면서 “라이크기획과 용역 계약부터 우선적으로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얼라인은 에스엠이 뛰어난 사업 성과에도 이수만 최대주주 1인 중심의 지배구조로 인해 저평가되고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이사회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외부 주주가 추천한 독립적인 감사 선임이 필요하다며 주주 제안에 나섰다. 특히 매출액의 6% 수준 인세를 받는 라이크기획을 문제 삼았다. 2019년 KB자산운용이 공개 주주서한으로 해명을 요구한 부분이기도 하다.

◇ 골리앗 이긴 다윗, ‘3%룰’의 힘

양측은 표 대결을 앞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펼쳤다. 에스엠은 우호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안건을 기습적으로 추가했다가 일부 철회하는가 하면, 기관이 의결권을 위임하면 걸그룹 에스파 멤버 카리나의 친필 사인을 증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얼라인은 수차례 입장문을 발표하며 독립적 감사 선임의 중요성을 강조해 의결권 위임 촉구했다.

지분율만 보면 에스엠에 유리한 상황이었다.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18.48%에 달하고 특수관계인까지 합치면 19.17% 수준이다. 얼라인와 특수관계자의 지분율은 0.91%에 불과하다. 하지만 검사 선임 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이 3%로 제한하는 이른바 ‘3%룰’이 판도를 바꿨다. 해외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등 국내 의결권 자문사도 얼라인의 주주제안에 찬성을 권고하면서 국민연금공단(6.15%)과 KB자산운용(5.13%) 등 ‘큰 손’ 기관들도 얼라인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추정된다.

소액 주주들의 적극적인 지지가 가장 큰 공을 세웠다. 실제 이날 주총은 오전 9시 시작 예정됐지만 2시간 늦게 개최됐다. 에스엠 측은 “오전 7시부터 제안 주주와 검사인 입회 아래 위임장 확인 작업을 했지만 이를 취합하고 확인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이날 얼라인 측은 주주 위임장 문서만 3박스 들고 온 것으로 알려졌다.

◇ ‘이수만 왕국’ 견제, 주가 상승 기대감

증권가는 이번 주총을 계기로 에스엠의 가치 상승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 중심 지배구조 개선과 함께 1년째 이어지고 있는 지분 매각 이슈라는 불확실성 또한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기대감을 반영한듯 에스엠 주가는 이날 2.51% 상승 마감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변화의 시작’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감사 확보시 회사의 내부 정보에 대한 접근과 임시총회 소집 청구가 가능해 향후 변화를 지켜보면 된다”면서 “이번 사례를 계기로 소액 주주가 가진 의결권 의미가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4일엔 사조오양(006090) 주주총회에서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 주주제안한 이상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감사위원 선임 안건이 가결되기도 했다.

에스엠은 “주주들의 다양한 요구사항들을 개선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면서 “회사와 주주의 동반 성장에 대한 고민을 경영에 반영하고 그 활동을 적극 시장에 알리는 등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는 회사가 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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