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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행성 뇌질환 전문기업 피플바이오의 강성민 대표는 최근 세계 최초로 초기 알츠하이머병 진단키트의 상용화에 성공하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회사는 지난 2018년 식약처로부터 혈액기반 초기 알츠하이머병 진단키트에 대해 의료기기 인증을 받으면서 이 분야의 글로벌 프론티어로 자리매김했다. 유럽에서는 통합규격인증(CE)을 지난해 11월 획득하고 현지 업체들과 시장판로를 뚫기 위해 협의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이 회사의 진단키트에 관심을 보이는 진단회사들이 있어 협상을 진행 중이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라는 증상이 나타나기 15~25년 전부터 병리가 시작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츠하이머병은 조기에 발견해 관리에 들어갈 경우 진행속도를 현저히 늦출 수 있을 뿐 아니라 이 질환에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다.”
강 대표는 국내의 경우 치매환자가 2018년에 80만명을 넘었고 2040년에는 2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조기 치매진단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회사가 상용화에 성공한 알츠하이머병 진단키트를 활용해 검사에 들어가는 비용은 소비자 가격기준으로 15만원 수준이다. 진단키트 1대당 최대 80명까지 검진을 할 수 있다. 국내에서 초기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을 필요성이 있는 수요는 최대 700만명에 달할 것으로 그는 예상했다.
세계적으로는 알츠하이머병 혈액진단검사 시장이 10조원에 달한다. 세계 치매인구는 5000만명 규모다.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가속화하면서 2050년에는 치매환자가 1억 50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국내 치매진단 시장 규모는 3조원, 치매 관리비용은 18조원에 이를 정도로 시장이 크다.
“알츠하이머병이 시작하는 초기에는 뇌 속에서 가장 먼저 베타-아밀로이드라는 물질이 응집화하는 병리적 현상이 일어난다. 우리가 개발한 혈액검사법은 이 물질을 초기에 측정할 수 있는 혁신적 기술로 세계에서 유일하다.”
그는 그동안 초기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하기 위해 문진검사를 대부분 활용했으나 이제는 조기진단을 간편하고 정확하게 할 수 있는 혈액검사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회사의 혈액검사 기반 진단키트는 세계 최초 상용화 제품이다 보니 아직까지 이렇다 할 경쟁제품이 세상에 나와있지 않다. 굳이 경쟁제품을 꼽는다면 미국 C2N 다이애그노스틱스사가 내놓은 질량분석기를 이용한 혈액진단 제품이다. 하지만 검사비용이 150만원대에 달하고 질량분석기를 사용하다 보니 특성상 한꺼번에 여러 샘플을 검사하는 데 제약이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강 대표는 지난 2002년 피플바이오를 창업, 지난 20년간 퇴행성 뇌질환이라는 한우물만 파왔다. 당초 사업 초기에는 광우병 진단키트를 개발하는 데 주력했다. 수년의 연구 끝에 광우병 진단기법을 개발했으나 세계적으로 유행하던 광우병이 거의 소멸하면서 사업이 큰 위기를 맞기도 했다. 이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그야말로 천우신조로 광우병을 진단하는 방식이 인간의 알츠하이머병 진단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면서 회사가 기사회생하게 됐다.
“국내에서 전국 망을 보유한 메이저 건강검진센터등을 포함해 70여곳과 함께 빠르면 3월 내 초기 알츠하이머병 검사패키지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강 대표는 이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선보이게 되면 올해 하반기부터 매출이 급증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이 회사는 복수의 보험회사들과도 이 서비스 론칭을 위한 세부사항을 협의 중에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경쟁적으로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에 적극 나서는 것도 이 회사에게는 상당한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아직은 성공하지 못한 알츠하이머 치료제가 등장하게 되면 초기에 알츠하이머를 진단하려는 수요도 크게 늘 것으로 예상돼서다.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알츠하이머 치료제는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릴리가 개발하고 있는 ‘도나네맙’이다. 일라이릴리에 따르면, 임상 2상에서 위약 대비 32%의 알츠하이머 질환평가척도(iADRS) 감소를 보이는 등 주요 효능평가 기준을 충족했다.
“치매를 포함해 각종 퇴행성 뇌질환을 초기에 진단하는 것은 물론 이를 치료할 수 있는 의약품까지 개발하는 명실상부한 퇴행성 뇌질환 토털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는 게 목표다.”
‘퇴행성 뇌질환하면 누구나 피플바이오를 떠올릴 수 있는 시대.’ 강 대표가 꿈꾸는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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