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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아시아나 잇단 자구책…“한계 뚜렷”
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오는 16일부터 10월15일까지 6개월간 국내 직원 70%가량의 휴업 실시한다. 아울러 임원들은 직급별로 30~50% 급여를 반납하기로 했다. 대한항공이 대규모 직원 휴업에 들어간 것은 창사 50년 만에 처음이다.
또 다른 대형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020560)은 무급휴직을 통해 인건비 절감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24일 3차 자구안을 발표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4월 한 달간 최소 15일 이상의 무급휴직을 들어가기로 했다.
앞서 아시아나항공은 일반직·운항승무원·객실승무원·정비직 등 전 직원이 3월 10일 이상의 무급휴직을 들어가는 등 두 차례나 자구책을 실시한 바 있다. 이와 더불어 양대 대형항공사 모두 임원들의 급여를 최대 50%까지 삭감하는 등 어려움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전망이 보이지 않는 강도 높은 자구책은 되려 무급휴직을 강요하고 있다며 직원들의 불만의 목소리만 키우고 있는 상태다.
아울러 저비용항공사(LCC)인 이스타항공은 모든 노선 운항을 중단한 ‘셧다운’에 이어 직원 350여명을 구조조정하기로 하기로 결정했다. 이처럼 항공업계가 생존에 애를 쓰고 있지만, 자체적인 노력만으로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무엇보다 고정비용이 큰 항공업계 특성상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이 길어지면서 보유 현금 소진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점은 가장 큰 문제다. 자구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소리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두 달 내로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다른 항공사에서도 규모의 차이는 있겠지만, 구조조정이 있을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올해 안에 정상적인 운항이 가능할지도 가늠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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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구책이 먼저라는 정부의 요청대로 대형항공사가 잇단 허리띠 졸라매기에 들어갔지만, 여전히 정부의 지원은 LCC에만 몰려 있는 상태다. 산업은행은 LCC에 기존 3000억원과 추가적인 700억원 지원을 약속했지만, 대형항공사에 대한 지원은 요원하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이 심화함에 따라 대형항공사들의 심각성은 잘 알고 있다면서도, 대기업 지원 특혜에 시달릴 수 있어 눈치 보기에 급급한 모양새다. 정부는 대기업의 경우 시장에서의 자금 조달이 우선이라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항공업 종사자들은 한목소리로 정부가 지원책을 내놓는 시기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를 내며, 골든타임을 놓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대한항공 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항공사는 각자 감당할 수 있는 자구책을 통해 기업의 명줄을 잠시 늘리려고 노력하지만 결국 노동자들의 인건비를 줄이고 있다”며 “항공업계와 노동자들의 고용과 생계보장을 위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범 정부 차원의 조건 없는 지원을 요청한다”고 호소했다.
항공산업은 항공기 리스 의존도가 높은 구조적 특성상 부채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코로나로 인한 위기가 급증한 상황에서 시장에서의 자금 조달은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정부가 나서서 지급 보증을 해주지 않으면 자금 조달을 할 수 없다는 소리다.
해외에서 기간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대형항공사들의 금융지원에 대해 선제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과도 대조적인 모습이다. 미국의 경우 항공사가 지원을 요청한 약 580억달러(약74조원)에 대해 곧바로 응했다. 반은 보조금으로 나머지는 융자로 지급하는 형태로, 다만 6개월간 임금 삭감 및 고용 유지 등 공공성 유지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독일 역시 국적기인 루프트한자에 대한 금융지원을 무한대로 설정하기도 했다.
항공업계는 지난 2월 10일 한 차례 국토교통부 장관과 간담회 이후 국토부와의 대규모 간담회가 전무한 상황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전하는데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정부가 대형항공사의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번 코로나19의 위기는 항공사의 위기이자 국가 기간산업의 위기”라며 “적재적소에 맞는 지원을 위해서는 골든타임이 중요한 만큼 정부의 선제적이고 과감한 지원책이 필요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