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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양승태 하드디스크 사후 삭제…"증거 인멸 가능성"(종합2)

이승현 기자I 2018.06.26 18:39:22

대법, 하드디스크 빼고 ‘재판거래’ 의혹 자료 제출
양승태·박병대 하드디스크 ''디가우징''…증거인멸 의혹
檢, 강제수사 가능성도 시사

[이데일리 노희준 이승현 기자] 법원이 ‘재판 거래’ 의혹과 관련해 양승태(70) 전 대법원장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 검찰의 방대한 자료 제출요구를 사실상 거절해 결국 강제수사로 이어질 지 주목된다. 검찰은 특히 양 전 원장의 하드디스크가 사후에 삭제됐다며 증거인멸 가능성 등 경위를 살펴보겠다고 했다.

대법원은 26일 검찰에 재판거래 및 판사사찰 의혹과 관련된 410개의 주요 문서파일에 대해 비실명화한 일부 파일을 제외하고 모두 원본으로 제공했다고 밝혔다. 다만 검찰이 요구한 양 전 원장 등 주요 연루자의 하드디스크에 대해선 “의혹과 관련이 없거나 공무상 비밀이 있는 파일 등이 담겨있다”며 임의제출을 거부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자용)은 지난 19일 법원에 양 전 원장과 임종헌(59) 전 행정처 차장, 행정처 간부·심의관 등이 사용한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함께 이들의 법인카드 사용내역과 관용차 운행 일지, 이메일 등의 임의제출을 요구했다. 임 전 차장 등 연루자들의 하드디스크에는 재판거래 의혹 등과 관련해 수만 건의 관련 문서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비공개 브리핑을 자청해 “진실 규명을 위해 요청드린 자료들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며 “법원이 오늘 준 자료 이외에 (다른 것은)제출하지 않겠다는 입장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검찰은 하드디스크 등 증거 능력이 있는 핵심 증거물을 반드시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주요 연루자들의 하드디스크는 고의적으로 훼손돼 사실상 복구가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이날 법원행정처로부터 양 전 원장과 박병대(61) 전 행정처장의 하드디스크가 이른바 ‘디가우징’ 방식으로 삭제됐다는 답변을 받았다. 디가우징은 자기장을 이용해 하드디스크의 데이터를 물리적으로 삭제하는 기술이다.

법원에 따르면 양 전 원장과 박 전 처장의 하드디스크는 각각 지난해 10월과 지난해 6월 디가우징 됐다.

검찰 관계자는 “양 전 원장 하드디스크가 디가우징된 지난해 10월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고조됐고 사법부의 2차 조사도 곧 착수될 시점이었다”며 “삭제된 경위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대법원은 의도적인 증거인멸 가능성을 부인했다. 대법원 측은 “대법관 이상이 사용하던 컴퓨터는 직무의 특성상 임의로 재사용하는 게 불가능하므로 전산장비운영관리지침에 따라 완전한 소거조치를 위해 디가우징을 한 것”고 설명했다.

검찰은 양 전 원장 등 하드디스크는 이번 수사의 핵심 증거물이라고 보고 실물 제출을 요구할 방침이다.

검찰은 법원의 선별적 제출에 대해 향후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착수까지 시사했다. 검찰 관계자는 ‘법원에 다시 임의제출을 요구하거나 강제수사를 할 거냐’는 질문에 “수사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적절한 방식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김명수(59·사법연수원 15기) 대법원장은 지난 15일 담화문에서 “검찰이 수사하면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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