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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7일과 18일은 양 후보의 이런 모습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문 후보가 당 역사상 처음으로 첫 유세 장소를 대구로 잡은 뒤 대전을 거쳐 수도권으로 올라오는 행보를 보이자 안 후보가 이튿날인 18일 대전과 대구를 두루 돌며 지지를 호소했다. 문 후보 역시 전날 안 후보가 들른 전주와 광주를 방문해 ‘안색(安色)’을 지웠다.
특히 같은 지역에서 비슷한 지역 공약을 내놓으며 유권자의 지지를 당부했다. 문 후보가 보수의 심장 대구에서 “민주정부가 안보를 더 잘했다”며 안보에 방점을 찍자 안 후보도 뒤질세라 “김정은 정권이 나를 두려워한다”고 응수했다.
4·19 혁명 기념일인 19일은 두 후보가 모두 서울 강북구에 위치한 국립 4·19 민주묘지를 찾았다. 그러나 시차를 두고 방문해 만남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안 후보가 이른 아침 6시50분에 민주묘지를 찾았고 1시간 10분 뒤인 8시께 문 후보가 참배했다. 노동절, 석가탄신일, 어린이날 등 대선 전 기념일에도 두 사람의 행보는 엇비슷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당장 선거가 2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거점 도시 외에 작은 군·면 단위 방문이 쉽지 않다. 전국 광역시 방문을 통한 유세가 이어진다면 앞으로도 두 후보간 동선은 겹칠 수밖에 없다.
일정 뿐만이 아니다. 정책에서도 두 사람은 경쟁적으로 상대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 18일 나란히 내놓은 노인 공약이 대표적이다. 두 후보 모두 현행 20만원인 기초연금을 30만원으로 올리겠다고 공약을 내걸었다. 문 후보가 하위 70%, 안 후보가 하위 50%에게 지급하겠다는 정도가 달랐다.
경쟁적 정책 제시 기조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20일 장애인의 날과 21일 과학기술의 날을 맞아 두 후보 모두 장애인 공약과 과학기술 공약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선을 한 주 앞둔 5월 첫주에 휴일이 몰려 유권자가 정책에 집중하는 효과가 떨어지는 만큼 두 후보 모두 4월 마지막주에 핵심 정책을 꺼내놓을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