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민정기자] 미국을 대표하는 자동차회사 제너럴모터스(GM)가 헤지펀드업계 거물이자 월가의 대표적인 행동주의 헤지펀드 매니저인 데이비드 아인혼의 먹잇감이 됐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아인혼은 이날 GM 이사회 멤버 3명을 추천했다. 아인혼이 이끄는 그린라이트캐피털은 옵션 등을 포함해 GM 지분 4.9%를 보유하고 있다. 아인혼은 자신이 제안한 GM 보통주를 배당금을 받는 주식과 자사주 매입용 주식용으로 나누는 방안에 대해 GM이 일축하자 이사회 멤버 교체 등을 통해 GM 의사결정에 직접 개입하겠다며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주가 부진이 빌미
그린라이트는 이날 증권당국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비니트 세티 그린라이트 파트너와 AT&T 브로드밴드 임원 등을 지낸 레오 힌더리 주니어 인터피미어 파트너스의 매니징 파트너, 사모투자회사 하우새토닉 파트너스 설립자이자 콘솔에너지의 회장인 윌리엄 N. 쏜다이크 주니어를 GM 이사회 멤버로 추천한다고 밝혔다. 아인혼은 앞선 3월 GM 보통주를 배당금을 받는 주식과 이와 별개로 배당금은 없는 대신 자사주 매입을 포함한 모든 권리를 주주에게 부여하는 주식으로 분할할 것을 요구했다. 주식을 두 종류로 나눠서 운영하면 가치투자와 배당투자의 선택권을 줘 더 많은 투자자들을 끌어들여 주가 상승과 회사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논리였다.
올들어 스탠더드앤푸어스(S&P)가 6%가량 오른 반면, GM 주가 상승률은 2%에 그치는 등 지지부진한 투자 수익률이 주식 분할 제안의 빌미가 됐다. 10일 기준으로 GM은 시가총액이 502억달러를 기록하면서 14년된 전기차업체 테슬라(시총 515억달러)에 밀리는 굴욕도 겪었다. 그러나 GM은 아인혼의 제안에 대해 “전례가 없는 방안”이라며 “이를 받아들일 경우 회사와 주주들이 져야할 리스크가 너무 크다”며 거절했다. 3대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 피치, 무디스 모두 GM이 주식을 두 종류로 나눌 경우 늘어나는 배당 등으로 대규모 현금유출 등이 우려되며 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 GM 또 행동주의 투자자 먹잇감
아인혼은 그러나 이날 “GM이 투자자들과 신용평가사에 주식을 두 종류로 나눠 운영하는 건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부정확하게 설명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제안에 대해 GM이 성실하게 검토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GM도 바로 반박에 나섰다. GM은 “그린라이트의 제안에 대해 신용평가사들에게 충실히 설명했고 그들은 이번 제안의 영향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6월에 열리는 GM 주주총회에서 이번 아인혼의 제안에 대해 투표로 받아들일 지 여부에 대해 최종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전했다.
WSJ는 메리 바라가 GM 최고경영자(CEO)로 등극한 이후 2번째로 행동주의 투자자의 압력으로 경영위기를 겪게 됐다고 분석했다. 행동주의 투자는 지배구조가 취약한 기업의 지분을 취득해 경영전략을 바꾸도록 압박해 단기간에 기업 가치를 끌어올려 수익을 챙기는 투자기법이다. GM은 지난 2015년 점화장치 문제로 대규모 리콜과 손해배상 소송으로 자금난을 겪는 와중에도 주주가치를 높이라는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압박에 50억달러에 달하는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 당시 미국 대형 헤지펀드 아팔루사매니지먼트, 헤이먼캐피털 등 4개 헤지펀드가 연합해 소액투자자들을 끌어들인 다음 GM에 이들이 추천하는 이사 선임과 자사주 매입을 압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