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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선주협회 10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한국해법학회 개최 ‘한진해운 물류대란 법적 쟁점 긴급 좌담회’. 청중으로 자리를 지키던 차미성 국제물류협회 부회장은 이렇게 입을 열었다. 그는 “화주들은 포워더에게 ‘도착시간이 다 돼 가는데 고객사에서 난리다. 항공으로라도 싣지 않으면 관계를 끊겠다고 한다. 돈도 못주겠다고 한다’고 협회측에 문의를 하는데 해법 없이 답변하기가 너무도 옹색하다”고 말했다.
한진해운(117930)의 법정관리 사태 돌입으로 빚어지는 물류대란과 관련한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전문가 좌담회는 성토대회가 됐다. 한진해운 사태로 빚어지는 문제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큰 때문이다.
이날 패널로 나선 권성원 법률사무소 여산 변호사는 각 컨테이너마다 걸려 있는 이해관계가 상당히 복잡해 현재 빚어지는 하역불능 문제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점을 시사했다. 권 변호사는 “한진해운과 같은 컨테이너 선주는 포워더를 통해 화주들의 화물을 싣는데 화주들의 실상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로서는 세계 각지에 오도가도 못하는 화물들의 하역문제가 최대 리스크로 부각되고 있지만, 이후 걷잡을 수 없는 소송, 클레임이 예고돼 있다는 얘기다.
좌담을 경청하던 팬오션 관계자는 “한진해운에 실린 화물 중 25% 정도가 한진해운의 물량이고 나머지 75%가 같은 동맹에 속한 CKYHE 회원사들의 물량으로 추정된다”며 “이는 국가의 문제다”라고 거들었다.
아울러 화주들이 화물이 없어지는 경우에 대비해 들어놓은 적화보험이 한진해운 사태에서는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권 변호사는 “적화보험은 화물의 분실에 대한 보험이기 때문에 화물지연에 대해서는 보상을 해주지 않는다”며 “한두달 운송이 지연됐을 경우 보상을 못받는다. 이 문제를 어찌 해결해야할 지 현실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진해운 사태를 조속하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패널로 나선 김창준 법무법인 세경 변호사는 “한국의 가장 큰 문제는 어떤 나라가 자국 선박에 외국 화주의 물건을 싣고 무책임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정부가 빨리 개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돈을 어찌 마련하느냐 정부가 따지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예견하건데 이 사태는 1년간 더 이어질 것이다. 그 기간 동안 대한민국은 국제적 망신을 당할 것”이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정부가 협상의 주체가 돼 최대한 빨리 개입해야 한다. 전세계를 상대로 협상할 수 없으니 미국 시장을 먼저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다. 미국 터미널 측에서도 한국 정부가 들어오면 한진해운이 직접 나설 때보다 신사적인 태도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진해운 법정관리 사태가 빚어진 이유로 해운회사가 가진 무형자산에 대한 과소평가가 이뤄진 탓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권 변호사는 “한국은 무형자산에 대한 평가가 야박하다. 물류는 장치산업처럼 보이지만 이는 일부에 불과하다. 대부분이 네트워킹”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진해운이 가진 파급력을 제대로 생각 못하다보니 이렇게 우왕좌왕하고 있다. 무엇이 피해인지 문제는 무엇인지 파악을 못하고 있다. 하역업자와 협상은 결국 한진해운의 인력과 네트워킹을 기반으로 해야하는데 정부와 채권단은 한진해운을 청산한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다. 그런 소식을 들은 상대측과 협상이 과연 가능할 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이날 오후 현재 운항에 차질을 빚고 있는 한진해운 선박은 총 86척으로 컨테이너선 70척과 벌크선 16척이 전세계 26개국 50개 항만에서 발이 묶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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