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바이오의 이 같은 성공은 25년에 이르는 이정규(사진·52세) 대표의 구슬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브릿지바이오는 국내 대표 NRDO 기업이다. NRDO는 ‘No Research Development Only’의 줄임말로 후보물질 탐색 등 ‘연구’ 대신 임상시험으로 유망 후보물질의 가치를 높이는 ‘개발’에 집중한다. 이렇게 상용화 가능성을 높여 다른 제약사에 되파는 게 사업모델이다. 이 대표는 “잘 모르는 사람들은 ‘중간상인’ 정도로 평가절하하지만 매 순간 정확한 판단과 결정이 필요한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후보물질 탐색·도출부터 상용화까지 신약개발의 전 과정을 모두 자체적으로 하는 국내 제약업계 풍토에서 NRDO는 생소한 사업모델이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바이오벤처의 절반 이상이 NRDO다. 이 대표는 “미국은 대학 연구소가 후보물질 발굴에 집중하고 유망한 물질은 NRDO가 개발에 집중하는 역할분담이 명확하기 때문”이라며 “대신 NRDO는 상용화 가능성을 높이는 전략을 짜는데 특화했다”고 말했다.
NRDO는 유망한 후보물질을 선별하고 어느 방향으로 개발하는 게 성공가능성이 있는지 판단하는 게 핵심 능력이다. BBT-877은 브릿지바이오가 2년 전 레고켐바이오(141080)에서 300억원(계약금 20억원, 마일스톤 280억원)에 사왔다. 이 약은 다양한 질병에 관여하는 효소인 ‘오토택신’을 억제한다. 이 대표는 레고켐바이오가 이 물질을 발견했을 때부터 눈여겨 봤다. 하지만 그림의 떡이었다. 그러다 레고켐바이오가 파이프라인을 정비하며 이 물질의 개발 순서를 뒤로 미루자 바로 들여왔다. 이 물질은 브릿지바이오를 거쳐 폐섬유증 치료제로 거듭나 현재 미국에서 임상 1상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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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바이오는 아직 두 개의 무기가 더 있다. 궤양성대장염 치료제 후보물질 ‘BBT-401’, 폐암치료제 후보물질 ‘BBT-176’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이 대표는 “나머지 두 후보물질은 개발을 조금 더 진행해 부가가치를 높여 기술수출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브릿지바이오는 기술특례상장을 추진 중이다. 기술특례상장은 당장 수익성보다 앞으로의 성장가능성을 따져 상장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인데 이미 두 차례 쓴 잔을 마셨다. 기술특례상장이 후보물질 특허가 있거나 정부과제를 수행한 경험이 있으면 높은 점수를 받는 등 초기 단계의 기술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이번 기술수출 성사로 NRDO가 신약개발의 주요 축으로 자리매김하는 신호탄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NRDO가 기술특례상장에 성공하면 더 많은 유망 후보물질을 확보해 상용화 할 수 있게 된다”며 “그러면 국내 제약산업의 선진화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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