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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되면 다 한다"…'세 자녀 살해' 엄마 재판 올렸더니 수입 25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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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성훈 기자I 2026.09.22 15:3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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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영상 올리자 수입↑…협찬도 따내
변호인 얼굴 티셔츠에 음모론까지 등장
유죄 여부 놓고 예측시장선 8억 베팅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에서 세 자녀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엄마의 재판이 소셜미디어(SNS) 돈벌이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 틱톡 크리에이터들이 재판 관련 영상으로 팔로워와 수익을 불리는 가운데 굿즈가 쏟아지고, 예측시장에선 유죄 여부를 두고 베팅까지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비극마저 빠르게 상품화되고 있다며 우려했다.

지난 4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플리머스 카운티 고등법원에서 린지 클랜시 살인 재판의 심리 무효가 선언된 뒤, 시민과 취재진이 티머시 크루즈 플리머스 카운티 지방검사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AFP)
지난 4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플리머스 카운티 고등법원에서 린지 클랜시 살인 재판의 심리 무효가 선언된 뒤, 시민과 취재진이 티머시 크루즈 플리머스 카운티 지방검사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AFP)
재판 영상 올리자 월수입 25배로

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시나리오 작가 테일러 본 래슬리는 올여름 한 여성의 재판 영상을 매일 틱톡에 올렸다. 피고인은 매사추세츠주 자택 지하실에서 5살, 3살, 생후 8개월인 세 자녀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린지 클랜시다. 이후 래슬리의 팔로워는 몇 주 만에 7만5000명에서 12만명 이상으로 늘었고, 월수입은 190달러(약 26만원)에서 4700달러(약 646만원)로 뛰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병원 생활을 틱톡에 올려온 한 간호사도 클랜시 재판 영상을 올린 뒤 팔로워가 38% 늘어 14만명을 넘었다. 지난달 계정 수익은 2000달러(약 275만원)를 넘었고, 1200달러(약 165만원)짜리 브랜드 협찬도 따냈다. 그는 “앱이 무엇이 수익화됐는지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플랫폼이 비슷한 분야 크리에이터보다 성과가 70% 좋다고 알려주거나, 특정 시간대에 라이브 방송을 하라고 수시로 권한다는 것이다.

엄마가 어린 자녀 셋을 숨지게 한 충격적인 사건인 만큼, 클랜시 재판은 올여름 미국에서 가장 큰 관심을 끈 재판 중 하나로 꼽힌다. 재판을 소재로 한 콘텐츠가 쏟아졌고, 이 관심을 돈벌이로 삼는 사람들까지 나타났다.

클랜시는 범행 직후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지만 살아남았고, 대신 하반신이 마비됐다. 그는 범행 당시 출산 후 생기는 정신질환인 ‘산후 정신병’을 앓고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배심원단은 이달 초 유죄냐 무죄냐를 놓고 끝내 의견을 모으지 못했고, 판사는 재판을 무효로 하는 ‘심리 무효’를 선언했다.

지난 4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플리머스 카운티 고등법원에서 피고인 린지 클랜시(왼쪽)와 변호인 케빈 레딩턴이 판사의 심리 무효 선언을 듣고 있다. (사진=AFP)
지난 4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플리머스 카운티 고등법원에서 피고인 린지 클랜시(왼쪽)와 변호인 케빈 레딩턴이 판사의 심리 무효 선언을 듣고 있다. (사진=AFP)
변호인 굿즈 티셔츠에 음모론까지

재판 기간 크리에이터들은 증거를 분석하고 배심원을 비판하는가 하면 75세 변호인에게 열광했다. 굿즈도 등장했다. 인공지능(AI)으로 만든 광고와 틱톡 쇼핑 기능을 타고 상품이 순식간에 쏟아졌다. 가장 주목받은 인물은 재판 내내 클랜시의 손을 잡고 등을 쓰다듬어 ‘할아버지’ 같은 이미지를 얻은 케빈 레딩턴 변호사다.

팔로워 1만4400명을 둔 한 틱톡 이용자는 그의 얼굴이 들어간 티셔츠를 보여주며 “사랑해요, 케빈”이라고 말한 뒤 17.99달러(약 2만4736원)에 파는 매장 링크를 가리켰다. 팔리면 수수료가 이 이용자에게 돌아간다.

음모론도 퍼졌다. 클랜시는 자녀를 숨지게 한 사실 자체는 다투지 않지만, 일부 크리에이터는 재혼한 전 남편 패트릭 클랜시에게 책임을 돌렸다. 근거 없는 주장에 조회수가 몰리자 패트릭은 인플루언서들에게 법적 대응을 경고했다. 그는 전날 CBS방송 ‘60분’ 인터뷰에서 음모론이 “내 아이들이 남긴 것들에 깊은 상처를 주고, 정말 중요한 주산기(임신·출산 전후) 정신건강 문제에서 관심을 돌려놓는다”고 비판했다.

조회수 경쟁이 자극적인 콘텐츠를 부추긴다는 고백도 나왔다. 법원 기록을 파고드는 영상을 올려 온 한 크리에이터는 팔로워가 두 배 가까이 늘어 3만8000명을 넘었다. 틱톡 수익은 7월 20달러(약 2만7500원)에서 지난달 3800달러(약 522만원)로 폭증했다. 그는 “조회수를 좇다 보면 실제로 느끼는 것보다 더 많은 드라마를 만들게 된다”며 “틱톡은 우리의 그런 본성을 이용하는 법을 배웠다”고 털어놨다.

지난 4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플리머스 카운티 고등법원 앞에 린지 클랜시 살인 재판을 지켜보려는 시민들이 모여 있다. (사진=AFP)
지난 4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플리머스 카운티 고등법원 앞에 린지 클랜시 살인 재판을 지켜보려는 시민들이 모여 있다. (사진=AFP)
예측시장선 유죄 여부에 8억원 베팅

높은 관심은 예측시장으로도 번졌다. 폴리마켓에선 클랜시가 연내 살인죄로 유죄 판결을 받을지를 두고 60만달러(약 8억2500만원) 넘는 돈이 걸렸다. 평결에 끝까지 반대한 배심원이 폴리마켓에 돈을 걸었던 것 아니냐는 근거 없는 음모론이 등장했다. 이외에도 온라인 모금 사이트 고펀드미에서 클랜시 가족을 돕기 위한 모금에 120만달러(약 16억5000만원) 이상이 모였다.

미국에선 유명 재판이 열릴 때마다 이를 돈으로 바꾸는 이들이 있었다. 2024년 유나이티드헬스케어 최고경영자(CEO)를 총으로 살해했다고 지난달 인정한 루이지 맨지오니의 경우 그를 성인처럼 그린 양초와 범행 탄피에 적힌 문구를 새긴 티셔츠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SNS가 관심과 돈 사이의 거리를 크게 좁혀놨다고 진단했다. 조지아대에서 크리에이터 문화를 연구하는 제시카 매덕스는 “SNS 플랫폼이 무분별한 상품화를 가능하게 한 ‘퍼펙트 스톰’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토머스 카드리 마이애미대 법학·기술학 교수는 “범죄에 대한 관심으로 돈을 버는 건 새로운 일이 아니다”라며 “새로운 건 관심과 돈 사이의 극도로 촘촘한 순환 고리다. 플랫폼은 비극에 대한 어떤 해석이 가장 많은 반응을 끌어내는지 거의 실시간으로 알려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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