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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차질에 노조압박까지..연초부터 한숨나오는 '르쌍쉐'

이승현 기자I 2021.02.15 16:19:29

'돈맥경화' 쌍용차, 부품공급 중단에 공장가동 불투명
한국지엠, 반도체 부족사태 타격 장기화 우려
르노삼성, 노조 압박에 르노그룹 경고까지 '이중고'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외국계 완성차 3사가 한창 심기일전해야 할 연초부터 위기에 빠졌다. 한국지엠과 쌍용차는 서로 이유는 다르지만 생산에 차질을 빚고, 르노삼성은 노사갈등으로 인해 살얼음판 같은 연초를 보내고 있다.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정문. (사진=연합뉴스)


15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는 연휴 직후인 이날, 협력사 비상대책위원회와 부품 공급을 위한 협의를 벌였다. 쌍용차는 지난 3일부터 부품공급을 받지 못하면서 공장 가동을 멈춘 상태다. 16일부터 가동을 재개한다는 방침이지만 임시방편적인 조치로 평가된다.

쌍용차 관계자는 “부품협력사들로부터 일부 부품을 납품받았고 회사의 재고를 활용해 16일에는 일단 공장을 가동하기로 했다”며 “그 후는 부품공급 상황에 따라 또다시 공장 가동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쌍용차는 당장 유동성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공장 가동 재개가 불투명하다. 쌍용차가 대금 지급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중소협력사의 돈줄이 말랐고 이들도 공장 가동을 하지 못하는 연쇄 ‘돈맥경화’ 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돈줄을 쥔 산업은행은 쌍용차가 실효성 있는 회생계획안을 가져와야 지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쌍용차 부품사 관계자는 “당장 급한 불을 끌 수 있게 해줘야 쌍용차가 공장을 돌리면서 회상계획안을 마련할 수 있다”며 “정부와 금융기관이 직접적이고 시급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쌍용차뿐 아니라 협력사의 줄도산도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하소연했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에 휘말리면서 지난 8일부터 공장가동률을 절반으로 낮춘 한국지엠은 이번 주까지 감산 조치를 이어갈 예정이다. 한국지엠은 지난 4일 “반도체 수급에 대한 유동성으로 공장 운영 상황을 매주마다 살펴 운영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하며 부평2공장의 감산 사실을 밝혔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도 반도체 부족으로 북미지역 3개 공장에 대한 감산 조치를 3월 중순까지 연장한 상태다. 한국지엠은 GM의 글로벌 공급망에 묶여 있어 반도체 부족 사태의 영향을 앞으로도 계속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해 12월 25일 유럽 수출을 위해 선적을 앞둔 르노삼성 XM3이 늘어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을 해 넘겨 이어오는 르노삼성은 노조와 르노그룹 양쪽에서 압박을 받고 있다. 르노삼성 노조는 지난 2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통해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고, 이를 언제든 꺼내 들 수 있는 상태다. 노조는 기본급 인상과 함께 회사가 시행하는 희망퇴직 철회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르노그룹도 생산 경쟁력 개선을 강하게 요구하며 르노삼성을 압박하고 있다. 르노그룹 제조·공급 총괄임원인 호세 비센테 데 로스 모소스 부회장은 지난 9일 부산공장 임직원에게 보낸 영상 메시지에서 부산공장의 생산 경쟁력을 공개(르노그룹 내 19개 공장 가운데 10위)하며 “경쟁력 향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새로운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내에서 만드는 ‘XM3’의 유럽 수출 물량을 줄일 수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회복을 기대했던 외국계 완성차 3사가 연초부터 악재를 만나면서 또다시 위기에 빠졌다”며 “가뜩이나 줄어들고 있는 외국계 3사의 입지가 더 좁아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통계에 따르면 외국계 3사의 내수 시장점유율은 2016년 24.7%에서 지난해 16.6%로 5년간 8.1%포인트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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