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포스코, 물류 자회사 설립 추진에 해운업계 반발 고조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이연호 기자I 2020.05.07 17:58:36

포스코 8일 이사회 개최해 안건 의결 예정…"기존 계약 변동 없어"
해양산업총연합회, 청와대 이어 7일 포스코에 계획 철회 건의서 제출
"왜 하필 지금이냐", "포스코, 도덕적으로 비난 받아 마땅"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재계 서열 6위 포스코그룹이 물류 자회사 설립을 추진하면서 해운업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인한 물동량 감소와 운임 하락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와중에 전문성이 없는 대기업이 돈을 앞세워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올해 시무식에서 발언하고 있는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사진=포스코.
7일 포스코 등에 따르면 포스코는 8일 오후 이사회를 개최해 물류 자회사 설립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포스코는 별도의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려 그룹과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터미날 등에 흩어져 있는 원료 수송과 물류 업무 통합을 추진하기 위해 별도의 물류 자회사를 설립을 추진해 왔다. 이처럼 포스코가 물류주선 자회사 설립을 검토하는 일차적인 목적은 중복과 낭비를 줄여 비용 절감을 해 보자는 취지다. 포스코는 물류 기능과 업무를 통합해 물류 고도화·전문화·스마트화를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철광석, 석탄 등 원재료 물자 운송을 책임져 온 해운업계의 눈초리는 따갑다. 포스코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중소업체들을 고사로 몰고 가는 대기업의 무분별한 문어발식 사업 확장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포스코는 연간 철광석을 비롯한 제철원료 8000만 톤(t)을 수입하고 철강제품 2000만t을 수출하는 초대형 화주다.

지난달 28일 포스코의 물류자회사 설립을 반대하는 ‘해양ㆍ해운ㆍ항만ㆍ물류산업 50만 해양가족청원서’를 청와대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국회 등에 제출한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이하 한해총)는 7일 포스코 최정우 회장과 사외이사들에게 건의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건의서에서 우리나라 해운ㆍ물류생태계 보전과 상생발전을 위해 물류자회사 설립계획을 전면 철회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한해총은 “포스코의 물류 자회사 설립은 결국 해운업 진출로 귀결돼 해운산업 생태계를 취약하게 만들 것이며 한국전력이나 가스공사와 같은 다른 대량화주가 해운물류산업에 진출하는 빌미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포스코의 물류사업 진출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983년부터 해운업 진출을 시도한 포스코는 지난 1990년 대주상선(이후 거양해운으로 사명 변경)을 설립했다. 하지만 전문성 부족 등으로 인해 기대만큼의 효과가 없자 5년만에 사업에서 철수했다. 이후 지난 2009년에도 대우로지스틱스를 인수해 해운업 진출을 시도했으나 해운업계 반대로 무산되기도 했다. 이후 11년 만에 다시 포스코가 물류 사업 진출에 대한 기지개를 펴고 있는 것이다.

한해총은 포스코의 물류자회사 설립이 통행세만을 취할 뿐 전문적인 국제물류경쟁력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여지는 너무나도 제한적이라고 보고있다. 가뜩이나 재벌기업의 물류자회사 문제로 시름을 앓고 있는 제3자 물류전문시장이 더욱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는 논리다. 이미 현대·기아차가 현대글로비스, 삼성전자가 삼성전자로지텍, LG가 판토스라는 회사를 통해 종합 물류관리 시스템을 구축한 상태다.

한해총에 따르면 재벌기업의 물류사업 진출로 해운업계 매출은 지난 2010년 이후 하락하고 성장세도 18년간 1.8배 성장에 그치는가 하면 국내 1위 해운업체였던 한진해운은 파산했다.

해운업계에서는 포스코가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어려운 현 시점에서 굳이 물류자회사 설립을 추진하는 점에 더욱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꼭 물류사업을 해야겠다면 포스코 자체 조직의 전문성을 키우거나 그룹 내 종합상사인 포스코인터내셔널을 활용하면서 점진적인 사업 확대를 하는 게 나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안 그래도 최악의 시기를 지나고 있는데 당장 8일에 물류사업 진출을 결정하겠다는 포스코의 태도를 이해하기 힘들다”며 “포스코가 추구하는 경영이념인 ‘기업시민’ 정신을 생각해 사업진출을 재고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선주협회 관계자는 “포스코는 자신들의 비용 절감과 인사 적체 해소를 위해 시장 파괴 행위를 서슴없이 하려 하고 있다”며 “이 혼란한 대외환경 틈을 타고 굳이 지금 물류 자회사를 설립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비난했다.

포스코 측은 물류 자회사 설립이 그룹의 물류 고도화 등을 위해 계열사의 계약관리 기능을 일원화하는 것으로 해운업 및 운송업 진출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포스코 관계자는 “현재 검토 중인 그룹 물류업무 통합운영안은 그룹 내 분산 운영되고 있는 물류 기능, 조직, 인력을 통합하는 것으로 포스코 및 그룹사의 여러 접점에서 관리하는 계약관리 기능을 일원화하는 것이며 해운업, 운송업 진출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이어 “일각에서 주장하는 통행세나 물류 생태계 황폐화는 근거없는 억측”이라며 “기존 거래 상대방과의 계약 및 거래 구조는 변동이 없으며 특히 장기 전용선 계약을 비롯한 운송사·선사·하역사 등 여러 물류 협력사와의 기존 계약을 유지하고 국내 물류업계와 상생 관계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