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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유세 묻자…유승민 ‘OK’, 김종인 ‘완곡한 거부’
김종인 위원장은 31일 태영호 후보(서울 강남갑) 사무실에서 ‘유승민 의원과 공동유세를 할 수 있는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공동유세”라고 반문한 뒤 “지금 유세를 할 수 없는데, 사무실 방문하고 있는데 무슨”이라고 답했다. 유 의원과 공동유세를 하지 않겠단 의사를 완곡하게 표현한 셈이다.
반면 공동유세에 대한 질문을 먼저 받았던 유 의원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전날 서울 양천구 소재 송한섭 후보(서울 양천갑) 캠프를 방문한 자리에서 ‘김 위원장과 지원 유세를 함께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무슨 타이틀을 맡지는 않겠지만, 당에서 제안이 오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또 “(황교안 대표에게도) 연락이 오면 받아서 협조할 일이 있으면 협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 의원은 앞서도 김 위원장 영입을 크게 반겼다. 그는 지난 29일 “늦었지만 선대위원장으로 오신 것을 전적으로 환영한다”며 “수도권에서 압승할 수 있도록 선거에 중요한 비전이나 정책 메시지를 내주길 기대한다”고 김 위원장을 환영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공동유세에 다소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 성사 여부는 가늠하기 어렵게 됐다.
◇ “중도 설득 유일한 방법” vs “함께 다니면 역효과”
정치권에서는 이들의 공동유세 효과를 다르게 본다. 통합당이 수도권 중도층을 설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주장과 이미 김 위원장과 유 의원 모두 중도라는 이미지가 크게 훼손돼 차라리 따로 지원사격을 하는 것이 낫다는 견해가 엇갈린다.
먼저 중도보수로 분류되는 김 위원장의 경우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에서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맡는 등 문재인 정권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이 문 정권에 반대, 총괄 선대위원장을 맡아 통합당 선거를 이끈다는 것만으로도 중도 부동층에 줄 수 있는 메시지가 크다. 또 개혁보수인 유 의원은 통합당의 약점인 20~30대 청년층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고 있어 중도층을 확장하는 데 역할을 할 수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김 위원장은 중도진보의 표를 끌고 올 수 있는 부분이 있고, 유 의원은 3% 정도의 20~30대 젊은 층의 표를 가져올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며 “통합당이 서울에서 18~20석을 가져오려면 바람을 일으켜야 하는데, 바람을 일으키는 확실한 방법은 이들이 공동유세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공동유세가 효과가 있을지를 따지기에 앞서 현재 통합당이 수도권 중도층을 설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김 위원장과 유 의원 모두 중도층에 호감을 줄 이미지를 잃어버렸기에 공동유세가 효과가 없을 것이라 보는 시각도 있다. 중도보수성향인 김 위원장은 민주당에 있을 때는 중도 외연 확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나 보수당에서는 지지층 결집에 그칠 수 있단 우려다. 또 유 의원의 개혁보수 이미지 역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단기간에 바른정당-바른미래당-새로운보수당 등 다수의 정당을 만들며 퇴색했단 지적도 있다. 그렇기에 이들이 공동유세에 나서는 것이 시너지효과보단 역(逆)효과를 낼 거란 예상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김 위원장은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러, 유 의원은 젊은 층을 타깃으로 각각 선거운동을 하는 게 낫다”며 “보수 지지층은 유 의원에 대한 호감도가 낮고, 젊은 층은 김 위원장에 대한 호감도가 낮아 함께 다니면 중도유인 효과가 오히려 반감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