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센터 집단발병, 노래방·PC방까지 퍼질라…영업정지도 `저울질`

함정선 기자I 2020.03.11 17:19:07

콜센터 이어 노래방, PC방 등 ''고위험 사업장'' 분류
정부, 다중이용시설 관리 강화 가이드라인 배포 예정
서울시, 해당 시설 ''영업정지'' 행정명령까지 검토
수도권 지역 발병으로 대중교통 우려도 커져

[이데일리 함정선 양지윤 기자] 정부가 코로나19 집단 발병을 막기 위해 노래방과 PC방, 클럽과 스포츠시설 등 다중이용시설을 집중적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서울시에서는 해당 사업장을 폐쇄하는 카드까지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신천지 예수교로 시작된 대규모 확산이 진정국면에 접어들기 무섭게 서울 구로구 콜센터를 시작으로 여러 지역에서 동시 다발적인 집단 발병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특히 다중이용시설의 경우 숫자가 많은데다 수도권은 대중교통을 통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 빠른 속도로 지역사회 확산이 일어날 수 있다는 공포도 함께 커지고 있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11층 콜센터 직원 270명 중 77명 확진…가족·지인도 13명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에 있는 모 손해보험사 콜센터와 관련해 11일 0시 기준 총 90명의 코로나19 확진환자가 나왔다. 콜센터 종사자는 77명, 접촉자가 13명이다. 11층 근무자 270명 중 77명이 감염됐다. 직원 중에는 서울뿐만 아니라 경기도와 인천 거주자도 있어 수도권 전역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

현재 방역당국은 같은 회사 소속이지만 건물 내 다른 층인 7~9층에서 근무했던 직원 553명에 대해서는 우선 자가격리 조치하고 검체 채취 등을 실시해 추가 전파 규모를 확인할 예정으로 추가 확진자가 더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대구에서도 6개 콜센터에서 확진자 10명이 나왔다. 좁은 공간에서 오랜 시간 함께 근무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전국 콜센터에 대한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국 745개에 이르는 콜센터 중 417개가 집중돼 있는 서울시는 서울 소재 민간 콜센터를 대상으로 긴급 전수조사를 진행하는 한편 해당 기업에 재택근무 등에 대한 협조를 구하기로 했다.

◇PC방·노래방 등 고위험 사업장 관리…서울시 영업정지도 검토

국내 코로나19 발병 사례 중 80%가 집단 발병이 차지하자 방역당국은 콜센터 등 고위험 사업장에 대한 감염관리 가이드라인을 제작해 배포하기로 했다. 특히 당국은 콜센터 외에도 노래방과 PC방, 클럽과 스포츠센터, 학원 등을코로나19 전파 위험이 높은 고위험 사업장이라고 보고 이들에 대한 관리도 함께 강화하기로 했다.

가이드라인에는 보건관리자를 지정해 손 소독제를 비치하고 주기적으로 환경소독을 하고 1일 2회 발열 또는 호흡기 증상을 확인하는 등의 내용 등이 담길 예정이다. 발열이나 기침이 있는 직원은 출근하지 않고 재택근무를 하게 하고 불이익을 주지 않도록 권고하는 내용도 포함된다.

다만 이같은 가이드라인은 강제적인 것이 아니라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박원순 서울시장은 해당 다중이용시설에 대해 영업금지 행정명령을 검토하겠다는 초강수를 두기도 했다. 박 시장은 “개학 연기로 갈 곳 없는 학생들이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집단감염이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며 “밀폐된 공간에 오래 머무는 특성 등을 고려해 특별관리 차원에서 영업중단을 권고하는 행정명령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 역시 “지역사회 감염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지고 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강도를 높인다고 하면 PC방이나 노래방 등 시설들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역대책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경기·인천 연결 대중교통 전파 공포도…위험 판단 불가능

구로 콜센터 직원들이 서울뿐만 아니라 경기와 인천 등에 거주하며 대중교통을 이용한 것으로 확인되며 대중교통을 통한 지역사회 전파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대구의 경우 집단 발생이 신천지 신도들을 중심으로 일어났고, 집단 발병을 인지한 시점에 신천지 신도들을 모두 자가격리조치했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통한 바이러스 전파 위험은 그리 크지 않았다.

또한 수도권의 대중교통 이용자 수는 대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이다. 대중교통을 통해 코로나19가 전파된다면 속도와 감염경로를 걷잡을 수 없게 된다.

방역당국은 현재 대중교통을 통한 바이러스 전파 위험도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중교통 내에서 접촉자를 특정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중교통에서 전파가 발생했다고 해도 이를 증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대중교통 내 환경을 소독하고 개인이 위생을 지키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정은경 본부장은 “손잡이 등 대중교통 내 환경을 철저하게 소독하는 방법이 유일하다”며 “또한 개개인은 손잡이 등에 묻은 바이러스가 체내에 들어가지 않도록 손으로 얼굴을 만지지 않도록 하는 등 위생에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신도림동 코리아빌딩 한 콜센터 관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90명으로 늘어난 11일 오전 서울 구로구 지하철 신도림역에서 관계자들이 방역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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