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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관련주의 폭락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전날 미국 반도체 지수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3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9.88% 폭락했다. 엔비디아와 TSMC는 7%대 하락했고, 브로드컴은 10%대 폭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전쟁’을 시작하자 미국 증시 전반이 내려앉은 영향이다.
여기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의 반도체 관세 부과 발언까지 추가되며 투자심리를 악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로 가는 대통령 전용기에서 취재진에 “반도체도 매우 조만간 관세부과가 시작될 예정이다”며 “의약품과 관련된 관세도 현재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의 대미 수출 ‘효자’ 품목 반도체가 트럼프발 관세 영향권에 들어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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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지난 2일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법인 2024사업연도 결산실적’에 따르면 반도체가 포함한 전기·전자 업종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63조 6919억원으로 전년 대비 무려 755% 늘었다.
이 중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의 호실적이 두드러졌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누적 영업이익은 32조 7259억원으로 전년 대비 398% 늘었다. SK하이닉스는 2023년 영업손실 7조 7303억원에서 올해 영업이익 23조 4673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증권가에서는 실적이 뒷받침되고 있는 삼성전자를 5만 5000원선에서 매수하는 전략이 적절하다고 봤다.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5만원대 중반 주가는 밸류에이션 메리트가 있는 가격대”라며 “삼성전자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경쟁력 하락과 미국 주도의 AI 랠리에서 소외됨에 따라 이미 레벨 다운됐다”고 전했다.
이어 송 연구원은 “경기, 업황이 조만간 회복되거나 1C 나노 디램과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성과가 확인돼야 밸류에이션 회복이 가능할 전망이라, 당분간은 5만원대 중반에서 7만원의 구간 중 하단에서 저점 매수에 집중하는 전략이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도 SK하이닉스에 대해 “1분기부터 HBM3E 12단 출하가 본격화되며 스마트폰, PC업체들의 재고조정 완료로 2분기부터 범용 메모리의 구매 수요도 발생할 전망”이라며 “이에 따라 올해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을 35조 3000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