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인슐린(insulin)이 제1형 당뇨병 환자에게 사용된 지도 어느덧 100년이 흘렀다. 1921년 프레더릭 밴팅(Frederick Banting)은 이자(胰子)의 분화된 세포에서 인슐린을 추출해 이듬해 임상에 처음 적용함으로써 당뇨병 치료의 새장을 열었다. 인슐린의 발견은 당시 치료법이 없어 절망적인 질환이던 당뇨병을 ‘관리가 가능한 질환’으로 탈바꿈시켰다.
당뇨병 환자 하면 50대 이상 중년을 떠올리기 쉽지만 어린이 환자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바로 소아 당뇨병(제1형 당뇨병)이다. 연간 국내 15세 미만 어린이 10만 명 당 3명 정도에서 발생한다. 이는 미국과 유럽 등에 비해 비교적 드문 발생률이긴 하지만 10년 전보다는 2배 정도 증가한 수준이다.
김성언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어린이가 단순히 성인의 축소판이 아니듯 소아 당뇨병도 성인 당뇨병과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소아청소년기는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시기다. 따라서 성장 발달 단계에 맞는 영양공급과 꾸준한 운동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리가 흔히 보는 당뇨병 환자는 성인이 되어 발생하는 ‘제2형 당뇨병’이다. 2형 당뇨병은 운동 부족이나 비만, 식습관과 관련이 있다. 반면 1형 당뇨병은 조금 다르다. 소아청소년기부터 나타나고 생활습관과는 관련 없이 자가 면역 문제로 췌장의 베타세포가 손상돼 인슐린을 거의 분비하지 못한다. 2형보다 완치가 어렵고, 사회적 인식도 좋지 않아 환자의 고통이 크다. 식사나 운동으로 교정이 어려운 데도 ‘의지 부족’으로 오해받는다. 소아에게 당뇨병이 있는 줄 모르는 사람도 많다.
소아 당뇨병과 1형 당뇨병은 같은 의미로 사용되지만, 엄밀히 말하면 다른 질환이다. 1형 당뇨병은 소아청소년기에 나타나 소아 당뇨병과 혼동되기도 하지만, 이 환자들이 나이가 들어 성인이 되더라도 사라지지 않는다.
당뇨병으로 진단하는 기준은 1형과 2형이 같다. 당뇨병의 전형적인 증상인 다음과 다식, 다뇨가 있으면서 임의로 측정된 혈당 농도가 200mg/dL 이상일 때 진단한다. 그러나 1형 당뇨병과 2형 당뇨병을 구별하는 것은 중요하다. 치료계획 수립과 당뇨병 교육을 위한 접근방법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초기 증상이 2형 당뇨병과 구분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소아에서 1형과 2형의 감별이 쉽지는 않다.
1형 당뇨병은 자신의 면역세포가 체내 인슐린 분비를 담당하는 췌장의 베타세포를 파괴하면서 인슐린 분비가 되지 않아 생긴다. 때문에 주사로 인슐린을 투여하는 것이 최선의 치료법이다. 1형 당뇨병은 혈당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 인슐린을 공급해줘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성인 당뇨병과 달리 관리가 쉽지 않다. 하루 중 혈당 오르내림도 심하고 체내 인슐린이 생성되지 않거나 아주 소량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그때마다 혈당을 측정하고, 주사를 맞아야 한다. 인슐린 공급과 함께 적당한 식사와 운동 같은 생활습관도 뒤따라야 한다. 1형 당뇨병 진단 후 관리가 되지 않아 비만이 될 경우 인슐린 요구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진단 이후 관리를 통해 비만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쉽게도 아직까지 당뇨병을 완치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다만 최근 들어 연속혈당측정기와 인슐린펌프 같은 개인용 혈당 조절 기기를 이용해 효과적으로 관리할 방법이 개발되고 있다. 이처럼 새로운 기기를 활용한다면 좀 더 적극적이고 세밀한 혈당 조절이 가능해 삶의 질을 좋게 하고 여러 합병증을 줄이는 데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성언 교수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소아 당뇨의 큰 목표는 모든 어린이가 스스로 질환을 관리하는 능력을 갖출 수 있게 하고, 성인으로 건강하게 성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부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발병 초기부터 부모의 믿음과 지지를 통해 아이가 긍정적인 사고를 갖도록 도와줘야 한다. 아울러 학교에서 인슐린 주사를 맞을 수 있도록 적절한 장소를 찾아주고, 저혈당과 같은 응급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반복 교육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꾸준히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