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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국토교통부는 항공교통심의위원회를 열고 8개 항공사에 총 10개 노선의 운수권을 배분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국제공항 운수권을 배분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항공업계에서는 이번 운수권 배분의 촉각을 곤두세웠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이 독점 노선에 대한 운수권 재배분을 조건으로 승인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심의위에서는 두 대형항공사와 계열 LCC가 독점하고 있는 몽골 노선(울란바토르)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몽골 노선은 성수기(6~9월) 탑승률이 90%에 달하는 등 여행 수요가 많고 비행거리가 비슷한 홍콩 노선보다 운임이 두 배 이상 비싸기 때문에 알짜 노선으로 꼽힌다.
인천~울란바토르 노선은 지난 1995년부터 대한항공이 독점 운항하다가 2019년 1월 국가 간 합의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이 운수권을 갖게 됐다. 아시아나항공 계열사인 에어부산은 부산~울란바토르 운수권을 배분받았다. 이번 몽골 노선 증대는 지난해 8월 몽골 정부와의 회담을 통해 결정된 것이다. 올해 성수기 울란바토르 노선의 공급 좌석을 2500석에서 5000석으로 2배로 늘리고 운항 횟수도 기존 주 9회에서 주18회로 늘렸다.
이번 인천~울란바토르 운수권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한 모든 LCC가 배분을 신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인천~울란바토르 운수권은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에 주4회와 주3회 배분됐다. 반대로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은 운수권 배분에서 고배를 마셨다. 독일 노선에서도 신생LCC 에어프레미아가 운수권을 배분받으면서 향후 알짜 유럽 노선에 대한 재분배 가능성도 엿볼 수 있었다.
◇“노선 다양성” 환영 vs “합병 이유로 배제 불합리”
이번 국토부의 운수권 배분을 두고 LCC간 희비가 엇갈린 것이다. 먼저 운수권을 확보한 비(非)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계열 LCC는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특히 중장거리 항공기를 도입해 노선 확장을 선언한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 등은 고무적이다. 티웨이항공은 올해 A330-300 도입을 시작으로 총 3대를 들여온 뒤 오는 2027년까지 중대형기 20대를 도입할 계획이다. 에어프레미아도 지난해 12월부터 중대형기를 통해 싱가포르 노선 화물운송을 시작했다. 향후 코로나19가 진정세에 접어들면, 중거리 여객 노선으로 전환해 운항하겠다는 입장이다.
LCC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으로 중장거리 운수권이 풀린 상황에서 이번 몽골 노선의 LCC 재분배는 큰 의미로 다가오고 있다”며 “이미 운항을 준비 중인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 외 다른 LCC에게도 새로운 노선 개척에 대한 신호탄이 될 것이다. 항공사 간 경쟁은 자연스레 소비자 후생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과 계열 LCC사들은 아쉬워했다. 부산 대한상의도 에어부산이 운수권 배분에 따른 불이익을 받지 말아야 한다는 건의서를 국토부에 전달한 만큼 반발이 예상된다. 이번 몽골 노선에서 탈락한 LCC 관계자는 “정부에서 항공사 간 결합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고 했지만 운항 능력만으로 계열 LCC 3개사가 인천~올란바트로 노선 배분에서 모두 탈락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이미 합병이 완료된 것도 아니고 결합 불발도 가정할 수 있는 상황에서 합병 예정 회사들의 계열사라는 이유로 제외된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