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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럽의회는 집을 잃은 우크라이나인들을 위해 20년 전 발칸 반도 때 적용했던 법안을 다시 통과시켰다. 전쟁 난민이 비자 등 조건 없이 최소 1년간 27개국에서 살며 일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난민 수용 프로그램을 가동해 경제적, 사회적 약자를 우선시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유럽은 또 100억달러(약 12조 1400억원)의 예산을 난민 수용국에 쓰기로 했다. 이 자금은 우크라이나인들에 살 곳과 의약품을 제공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난민 아이들이 학교에서 교육받는 데 쓰인다.
유럽의 항공사와 철도, 버스 회사들은 우크라이나인들이 EU 어느 곳에든 갈 수 있도록 무료 표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특히 현재 우크라이나 국경 근처 동유럽 국가에 몰려 있는 난민을 서유럽 국가들로 이동시키는 데 요긴한 조치로 평가된다.
355만명의 난민 중 211만명은 폴란드에, 54만명은 루마니아에 각각 머물고 있다. 이밖에 몰도바(36만명), 헝가리(31만명), 슬로바키아(25만명)로도 난민들은 이동했다. 러시아에도 약 25만명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외 난민 중 60%가 있는 폴란드의 경우 부상당한 환자들을 치료할 의료시설도 꽉 찬 상황이다.
동유럽 국가들의 난민 수용이 한계치에 이르자 서유럽 국가들도 난민 수용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독일은 동유럽에 몰려 있는 난민을 전역에 균일하게 옮기기 위해 항공기를 더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아날레나 베르보크 독일 외무부 외교부 장관은 “난민을 위해 육로뿐 아니라 항공로를 개척해야 한다”며 “우리는 모든 우크라이나인을 수용해야 한다. 그들은 수천명이 아닌 수백만명이다”라고 강조했다.
프랑스도 최소 10만명이 거주할 수 있는 주택 마련에 착수했다. 이번 전쟁에서 가장 먼저 손을 내민 국가인 오스트리아는 지난 며칠간 몰도바로 탈출한 우크라이나 여성과 어린이들을 항공기로 실어날랐다. 아일랜드도 약 500개의 건물을 확보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전쟁을 기점으로 유럽 사회의 난민 수용과 외국인 이민에 대한 그간의 기조가 변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WSJ는 짚었다. 2015년 전쟁으로 시리아 난민이 대거 유럽에 이동했을 때 독일 등 서유럽 국가는 수용에 찬성했지만, 동유럽은 반대했다. 그러나 지금은 바로 옆에서 건너온 우크라이나 난민을 동유럽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시리아처럼 대륙 밖 국가가 아닌 유럽 안에 있단 점은 난민 수용 반대 의견이 제기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로 풀이된다. 프랑스의 민족주의 정치인 마린 르펜과 에릭 제무어는 우크라이나 난민 수용을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프랑스의 난민 수용 관련 비영리단체 관계자는 “우리는 분명 이민에 대해 찬반 논란이 치열했던 대통령 선거를 치렀는데, 지금은 기이하게도 모든 것이 바뀐 상황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