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형 음압기, 좁은 공간, 공용화장실 문제
복지부 병상지침 충족…충분한 공간 확보
중앙의료원에 이어 서울대병원 음압병실도 구축
[이데일리 왕해나 기자]“현재 대부분의 이동형 음압병실은 생활치료센터 격이며 잘해야 경증환자 수용이 가능한 정도다. 중증환자를 위한 병상은 충분한 공간, 음압공조 제어, 의료진 보호를 위한 전실 등이 필수다.”
탄소섬유복합소재·모듈러 건축 유닛 전문기업인 엑시아 머티리얼스의 진양석 대표는 22일 이데일리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현재 도입된 이동형 음압병실은 3m 내외 크기로 작기 때문에 환자들 생활의 질이 매우 떨어진다”며 “이동형 음압기를 설치해 외부 공기를 빨아들여 시간당 6~12번 배출하는 형식이어서 냉난방 공조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크게 늘면서 중증 환자 병상 부족이 심각해지자 이동형·간이형 음압병실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기존에 제공된 음압병실은 좁은 생활공간과 공용 화장실 등으로 오히려 코로나19가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 진양석 엑시아 머티리얼즈 대표가 자사의 모듈형 음압병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왕해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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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대표는 “의료진의 보호를 위해서는 전용 전실에서 차압을 1차로 형성하고 병실 내의 오염공기가 바로 전실로 유입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전실 확보되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라면서 “외부에 화장실이 있는 곳도 있는데 환자들이 이동하면서 바이러스가 확산될 위험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이어 “제대로 된 음압 병실 구축을 위해서는 병실의 기밀이 선행돼야 하는데 현재 컨테이너와 패널형 음압병실은 기밀이 불가능하다”면서 “기밀이 되지 않으면 음압기를 설치한 폐쇄형 공간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제대로된 음압병실을 위해서는 보건복지부의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 지침을 충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해당 지침에 따르면 중환자실은 최소한의 공간(15㎡), 천정고(2.4m 이상), 별도의 화장실, 휠체어 및 의료베드가 통과할 수 있는 출입구 등이 설치돼야 한다.
| 엑시아의 음압병실 모듈. (사진=엑시아 머티리얼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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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대표는 엑시아 머티리얼즈의 음압병실 모듈은 실제 중환자실과 동일하게 설계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냉난방공조와 음압공조를 연계해 자체 개발한 첨단 소재 기능을 통해 높은 기밀과 단열성능을 동시에 달성했다”면서 “자동도어, 전실, 베드의 회전공간을 확보했고 전실에서 충분한 기압 차이를 확보해 안전하게 출입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어 “컨테이너형은 의료가스(산소, 고압가스, 석션 등 가스라인)기능을 부분적으로만 도입한 반면, 자사 모듈은 가스라인과 통신 인프라까지 설치돼 있다”면서 “환자가 있는 오염구역과 의료진이 있는 청정구역을 구분하기 위해 의료복 탈의실, 의료폐기물 보관실, 의료지원센터까지 함께 구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외에서 공급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10월 코오롱 모듈러스와 협력해 국립중앙의료원에 30병상 규모의 경중증 환자 병원을 건축, 실제로 중증환자가 입원해있는 상태다. 서울대병원 측의 요청으로도 대규모 음압병실을 짓고 있다. 해외에서는 미국, 유럽 등지에서 음압병실 공급 요청이 쇄도하면서 내년 상반기까지 발주 기준으로 1000만~1500만 달러(약 110억~160억원)의 수출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진 대표는 자동화 시스템 도입으로 빠른 시간 내 대량으로 음압병실 모듈을 제조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시공이 아닌 제조의 개념으로 공장에서 한 번에 생산하기 때문에 50개 병상을 2주 만에 생산할 수 있다”면서 “자동화 도입으로 가격도 타사 제품과 비교했을 때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