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후섭 기자] 올해 상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던 중국 기업들이 국내 증시 문을 다시 두드리고 있다. 화장품 제조업체를 자회사를 두고 있는 컬러레이홀딩스가 다음달 공모 청약에 나서는 등 올해 3~4개 중국 기업이 상장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이들이 최근 확산 분위기인 ‘차이나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상장에 성공할지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올해 국내 상장 중국기업 ‘반토막’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증시에 상장하는 중국 기업수는 3~4개 정도다. 지난해 실제 상장한 중국 기업 수(6개)의 반토막 수준이다. 컬러레이홀딩스는 코스닥시장 상장을 위해 다음달 11~12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거쳐 17~18일 공모 청약을 진행한다. 윙입푸드는 지난 8일 한국거래소에 코스닥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오폐수 처리업체 팀베스트인터내셔널도 주관사 신안금융투자와 상장 추진을 계획하고 있다. IPO 업계 관계자는 “추가적으로 3~4개의 중국 기업이 국내 증시 상장을 위해 사전협의 단계를 진행하고 있거나 예비심사청구를 준비하고 있다”면서도 “심사 기간 등을 고려하면 연내 1~2개가 추가적으로 상장 절차를 진행하는데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장 지연이 잇따르면서 시장 분위기는 침체된 상황이다. 그린소스인터내셔널은 지난 3월 예비심사를 청구하고 심사를 받아왔으나 지난 15일 자진 철회했다. 연내 상장을 목표로 했던 트리플엑스도 주관사를 변경하면서 상장 시점이 늦춰질 전망이다. 이미 상장한 기업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로 한·중 관계가 악화됐고 중국원양자원(900050)과 완리(900180)가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을 받으면서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다. 웨이포트(900130)는 자진 상폐를 결정하기도 했다.
국내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들이 지지부진한 주가흐름을 보인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상반기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가 랠리를 이어가는 등 증시 상승세 속에서도 올 들어 12개 중국 상장사 중 10곳은 주가가 하락했다. 평균 주가 하락률이 15%가 넘는다. 골든센츄리(900280)(-35.5%), 씨케이에이치(900120)(-31.1%), 글로벌에스엠(900070)(-26.7%), GRT(900290)(-23%) 등의 낙폭이 두드러졌다.
◇“주주환원 움직임 등 살펴봐야”
업계에서는 오는 7~8월 IPO 시장에서 향후 중국 기업들의 행보에 가닥이 잡힐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음달 스타트를 끊는 컬러레이홀딩스의 흥행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지주사 컬러레이홀딩스는 화장품 원료제조사업을 영위하는 저장컬러레이와 더칭커러를 종속회사로 두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대비 37.6% 증가한 388억원, 영업이익은 56.6% 늘어난 224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15억원, 69억원으로 집계됐다. 컬러레이홀딩스의 희망 공모가는 3800~5800원이다.
8월에는 중국원양자원과 완리의 상폐 여부가 결정된다. 두 기업은 상폐에 대한 이의신청을 제기하면서 거래소는 각각 8월10일과 11일까지 개선기간을 부여했다. 개선기간이 끝나면 감사의견 거절사유의 해소 여부 등을 심의한다.
다만 지난해 상장한 2세대 중국 상장사들 위주로 국내 투자자와의 소통 강화와 배당을 통해 신뢰 회복에 힘쓰고 있다. 로스웰과 헝셩그룹은 지난해 국내 사무소를 개설했으며 오가닉티코스메틱도 지난 2월 한국사무소를 열었다. 배당도 잇따르고 있다. 로스웰과 헝셩그룹은 각각 시가배당률 1.7%, 1.76%의 배당을 결정했으며 골든센츄리는 소주주에만 배당하는 차등배당을 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문제를 일으킨 몇 곳의 사태로 인해 중국 기업들에 대한 불신의 벽이 높아졌다”며 “단순히 중국 기업이라는 큰 틀로 묶지 말고 기업 펀더멘털과 주주환원 움직임 등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