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 北석탄 국내 불법반입 적발.. 대북 제재 '구멍' 논란

조진영 기자I 2018.08.10 17:33:04

관세청, 북한산 석탄 위장반입 사건 수사결과 발표
원산지 위조, 중개 대금 현물로 받아 국내로 들여와
수입업자 3명·법인 3곳 검찰 송치.. 안보리에 선박 보고
"남동발전 등 세컨더리 보이콧 국제사회 제재 가능성 낮아"

노석환 관세청 차장이 10일 오후 정부대전청사 관세청에서 ‘북한산 석탄 등 위장 반입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조진영 이진철 기자] 정부가 북한산 석탄과 선철이 러시아산으로 원산지증명서를 위조하는 수법으로 국내에 불법 반입된 것을 적발했다. 정부는 앞으로 적발한 수입업자와 관계법인의 검찰 수사와 북한산 석탄을 운반한 선박 14척에 대한 안보리 보고 방침을 밝혔지만 대북 제재에 구멍이 뚫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석탄은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로 수입금지된 품목이어서 안보리의 제재 여부도 주목된다.

◇관세청 “수입업자 3명·법인 3곳 기소의견 송치”

관세청은 10일 대전정부청사에서 ‘북한산 석탄 등 위장반입 사건’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북한산 석탄 수입 의혹을 받는 9건의 사건 중 7건에 대해 범죄사실을 확인했다. 관세청은 석탄과 석철을 불법반입한 수입업자 3명과 이들이 운영하는 회사 3곳을 검찰에 기소의견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등에 따라 세관의 수입검사가 강화되자 이를 회피하기 위해 원산지증명서 제출이 필요없는 세미코크스인 것처럼 품명을 위장해 세관에 거짓 신고했다. 먼저 북한과 러시아 등에서 중개무역을 하는 A씨가 러시아와 북한 사이에 무역을 중개하는 대가로 현금 대신 석탄을 받았다. 이후 북한산 석탄 등을 러시아 항구에 일시 하역한 뒤 제3의 선박에 바꿔 실었다. 원산지증명서를 위조, 세관에 제출해 러시아산인 것처럼 위장하는 방법으로 국내 반입했다.

A씨는 이 과정에서 화물운송주선업체인 C씨와 공모했다. 또다른 석탄수입업체 대표인 B씨도 합류해 판을 키웠다. A씨와 C씨는 영국 소재 중개업자와 러시아 소재 수출업자를 이용하기도 했다. 특히 A씨는 북한에 러시아산 코킹콜을 갖다주고 북한산 선철을 받아 국내에 반입하기도 했다. 선철 국내 구매자가 A씨 회사 직원 명의로 설립한 홍콩의 페이퍼컴퍼니에 수입대금을 보내고 국내에 있는 A씨의 회사가 대금을 회수하는 방식이었다.

관세청이 10일 정부대전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북한산 석탄 등 위장 반입사건’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사진은 북한산 석탄 물품 및 자금 흐름도 [관세청 제공]
◇외교부 “北 석탄 반입 선박 7척 중 4척 안보리 결의 위반”

관세청은 “밀수, 부정수입 등 관세법과 특정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이 적용되고 통일부장관의 승인을 받지 않은 북한물품 반입으로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혐의도 적용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의 위반행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한 것이기도 해서 미국 등 국제사회가 제재조치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외교부는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석탄을 운송한 7척의 선박 중 스카이엔젤호, 리치글로리호, 샤이닝리치호, 진룽호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며 “이번 조사결과와 함께 안보리 제재위원회에 보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안보리는 북한산 석탄을 수입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진아오호, 리치버거, 싱광5호 등은 석탄이 금수품이 아니었던 시절 운행한 선박이어서 안보리 결의위반과는 무관하다는 설명이다. 관련 선박에 대해서는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입항제한, 억류 등의 필요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당국은 이와 별개로 3개 수입업체에에 신용장을 써준 국내 시중은행들은 안보리 결의위반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임상범 외교부 원자력비핵화기획관은 “석탄 반입의 경우 대금을 현물로 지급했고 선철의 경우도 홍콩에 세운 페이퍼컴퍼니의 신용장을 내준 방식이라 안보리 결의하고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관세청은 “외환 전산망을 통해 확인한 결과 대금을 지급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금융거래 없이 현금을 받았을 가능성은 남아있다.

북한산 석탄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된 한국남동발전 등이 세컨더리 보이콧 대상이 되는지 여부도 관심이다. 관세청은 “미국 정부의 소관 사항이지만 보이콧 대상이 될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으로 판단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관세청은 “미국의 독자제재는 통상적으로 제재위반 및 회피가 반복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이와 관련 관할국이 조사 등 충분한 실질적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판단이 있는 경우 적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관세청이 10일 오후 ‘북한산 석탄 등 위장 반입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국내 3개 수입법인은 지난해 4월부터 10월까지 7회에 걸쳐 총 66억원 상당의 북한산 석탄·선철 3만5천38t을 국내로 불법 반입했다. 사진은 지난 7일 경북 포항신항 7부두에 정박한 진룽(Jin Long)호에서 북한산 석탄을 하역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美 정보·자백 결정적..관세청 부실수사·늑장대응 논란일듯

그러나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해 8월 유엔 안보리 결의 이후 발생한 4건의 북한산 석탄·선철 반입은 미국의 정보망을 통해 수사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관세청 등 수사당국이 사건을 스스로 인지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증거가 아니라 피의자의 자백으로 범행이 확정된 것도 수사과정이 부실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관세청이 지난 2월 구속을 언급하며 검찰에 기소하려 했으나 증거 불충분으로 보강수사 지휘를 받은 점도 이러한 허점 때문이다. 그 사이 북한산 석탄 운반 이력이 있는 선박들이 국내에 입항했지만 피의사실이 확정되지 않아 억류조치 없이 빠져나갔다.

김재일 관세청 조사감시국장은 “북한산 석탄이 러시아를 거쳐 그대로 국내에 들어왔는지 동일성 여부를 확인해야하는데 피의자들이 중국으로 보냈다고 주장해왔다”며 “증거자료를 다 압수해 분석하고 피의자를 추궁했지만 진술을 번복하고 불출석하는 등 수사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중요 피의자가 원산지 증명서 조작과 북한산 석탄 반입을 자백해 법리검토 후 송치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세청이 북한산 석탄이 국내에 불법 반입된 사실을 공식 확인함에 따라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시점, 선박 국적 등에 따라 제재 수위가 논의될 전망이다. 관세청은 “외교부 등 관계기관과 협력 등을 통해 우범선박에 대한 선별을 강화하는 한편, 필요 시 관계기관 합동 검색, 출항 시까지 집중 감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관세청이 10일 정부대전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내 반입이 금지된 북한산 석탄 등을 불법으로 들여온 혐의(관세법상 밀수입·형법상 사문서위조 등)로 수입업자 3명과 이들이 운영하는 3개 법인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관련 선박은 총 7척으로 진아오(윗줄부터), 리치버거, 싱광5, 스케이엔젤, 리치글로리, 샤이닝리치, 진롱 등이다. 이 중 스카이엔젤, 리치글로리, 샤이닝리치, 진룽 등 4척은 대북제재 결의 시점(2017년 8월) 이후 불법 혐의가 확인된 안보리 결의 위반 선박이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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