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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관영매체들은 6일 나란히 김 위원장과 대북 특사단의 접견 및 만찬 사실을 보도했다. 그간 김 위원장의 동정을 하루 이상 지연해 보도하던 관례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김 위원장의 의중이 반영되지 않았다면 어려운 일이다. 더욱이 북한 매체들은 “의견을 교환하고 만족한 합의를 이끌어냈다”며 남북의 만남을 높게 평가했다. 우리 특사단이 방문하자마자, 남측에는 처음으로 노동당 본관 진달래관을 개방하고, 4시간12분간 진행된 만찬에서, 아내 리설주를 동행하는 등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간 김 위원장이 관영 매체를 통해 이를 대내외에 빠르게 알린 것은 그 만큼 강력하게 북·미 대화를 원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특히 귀국 이후 방미할 계획인 대북 특사단과 4시간 이상 마주앉아 일사천리로 협상을 벌였다는 점은 북·미 대화를 고리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등장해 제재 완화를 모색하겠다는 입장으로 해석된다. 올해 신년사부터 ‘남북 교류’로 입장을 선회하자마자 불과 두 달도 되지 않아 남북 정상회담을 제의한 데 이어 4월말 3차 남북정상회담에 합의했다. 그만큼 북·미 대화도 파격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조건없는 북미대화에서 비핵화를 북미대화 의제로 올릴 수 있다고 밝힌 것도 눈에 띄는 변화다.
김 위원장은 집권 이후 북한 땅을 벗어나 본 적이 없다. 다른 국가 인사와의 만남도 평양에서 제한적으로 진행해왔다. 은막에 가려져 있던 김 위원장이 이처럼 발빠르게 국제 사회 등장을 예고하고 나선 것은 다른 시각에서 보자면 내부 결속을 마쳤다는 자신감으로도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대북 제재 압박을 해소하고 싶은 절박함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남북 정상회담을 먼저 제안하고 이를 통해 개선된 남북 관계 속에 국제사회의 제재를 벗어나려는 돌파구를 만들어야 할 시점에서 ‘기싸움’보다는 ‘실리’를 택했다는 설명이다.
김 위원장의 속내가 어찌됐건 남북 관계의 정상화와 국제 사회 데뷔를 서두른다면 우리로서는 나쁠 것이 없다. 상대의 조급함을 이용해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리더십에 대한 인정을 받고 싶어하는 대표적 지도자가 김정은”이라며 “김정은의 통치 스타일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쪽으로 접근한다면 전향적인 대화까지도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