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규제법, 국회서 시동..‘갑론을박’ 여전

김현아 기자I 2017.03.08 17:24:50

김성태 의원, ICT규제개편 추진..(가칭)방송통신통합사업법
통신과 방송은 규제 줄이고, 인터넷(플랫폼)은 규제 강화
통신사와 방송사는 찬성..인터넷기업협회는 반발
미래부와 KISDI는 신중..이용자 보호 규제 강화는 동의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미래 세상에는 데이터를 가진 마켓 플랫폼이 엄청난 지배력을 갖게 될 것이니 이런 추세에 대응해 ICT 규제 체계도 영향력 있는 플랫폼을 집어넣는 구조로 바꾸자는 내용의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지금은 방송법, 전기통신사업법 등으로 따로따로 규제하고 있는데, 이를 통신·방송·플랫폼을 아우르는 수평적 규제 체계로 바꾸면서 가칭 ‘방송통신통합사업법’을 만들자는 것이다.

8일 한국정보화진흥원 원장 출신인 김성태 의원(자유한국당 비례대표)이 주최한 ‘뉴노멀(new-normal)시대의 ICT 규제체계 개편’ 토론회에선 규제가 하나도 없는 부가통신사업자로서의 인터넷(플랫폼)을 규제 체계 안으로 끌어들이자는 주장과 플랫폼 규제가 자칫 국내 인터넷 기업들의 성장을 가로막는 역할을 할 것이란 우려가 세게 부딪혔다.

대체로 동의한 것은 ‘콘텐츠(C)-플랫폼(P)-네트워크(N)-단말기(D)’의 경쟁이 전면화되니, 이용자 보호체계 정도는 통합적으로 만들자는 것 정도였다.

◇통신·방송 규제는 줄이고, 플랫폼(인터넷)은 규제 속으로

거대 ‘데이터 마켓 플랫폼’을 규제하자는 측은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공룡들과 국내 기업 중에선 네이버(035420)의 시장 지배력 증대를 우려했다.

김성태 의원은 “미디어나 통신 관점의 (강한) 플랫폼 규제를 하자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거대 플랫폼사의 데이터와 미디어 독점 해소가 시급하다. 새로운 질서를 위한 법·제도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경진 가천대 교수는 “작년에 APEC 전문가위원회 위원으로 가서 알리바바의 청사진 발표를 들었는데 알리바바는 데이터 기반 경제에서 고객 데이터로 운송, 커머스 등 다양한 영역에서 지배력을 갖는 게 꿈이더라”고 말했다.

이어 “아마존과 구글도 비슷하며 검색이든 전자상거래든 OS든 미래로 가면 모든 시장을 아우르고 싶어한다. 거기에 대한 종속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통신법상 부가통신사업자의 규제를 단순히 높이자는 의미가 아니라 데이터 기반 경제에서 규제의 형평성을 맞추자는 취지”라면서도 “네이버가 광고재단 출연도 했지만 사회적 영향력에 비해 사회적 책임 노력을 다 했는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어렵다. 구글 등 해외기업도 같은 규제틀에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통신사업자와 방송사업자들은 찬성이다.

윤상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실장은 “네트워크사업자들은 욕도 많이 먹지만 2012년부터 2016년까지 90조 정도 투자했다”며 “이를 통해 공사업체, 장비 제조사, 유통망, 콘텐츠, 플랫폼, 단말기 회사들이 돈을 벌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거대 플랫폼사들이 수익을 내는 것만큼 사회에 기여했는가는 논란”이라며 “이제 C-P-N-D에서 규제 시스템이 균형이 잡혀 공정 경쟁 환경 조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부연했다.

조성동 방송협회 연구위원도 “방송은 너무 많은 규제를 받고 있다”면 “앞으로는 꼭 필요한 규제만 남기고 수평규제틀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래부와 KISDI는 네이버 규제법 신중…인기협은 반발

양환정 미래부 통신정책국장은 “지금은 검색이나 전자상거래가 핵심이나 과거엔 MS 윈도우나 익스플로러가 지배력의 원천이었다. 미래에는 AI가 그럴 수 있다”며 “정부가(네이버 등 인터넷을) 규제할 근거를 찾기 어려웠다. 무언가 규제를 조율하고 합리화하는 노력은 필요하나 통신규제를 연장해서 콘텐츠나 플래폼으로 가는 것은 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여재현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실장도 “우려되는 부분은 새로운 ICT 규제체계로 가면서 사전 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다만, 자율주행차는 초저지연 망이 있어야 가능하듯이 5G 네트워크 투자를 위한 재원을 마련하는데 (인터넷 등) 생태계에 있는 자들이 어떻게 분담하고 기여할까 문제는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재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실장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ICT 규제체계를 개편한다고 하면서 방송·통신의 무거운 규제를 인터넷에 하려 한다”며 “기간통신이나 방송은 시장에 진입 제한이 이뤄지는 등 특혜가 있으니 반대급부로서 규제가 당연하나 (네이버 같은) 부가통신사에 그런 수준의 공적 책임 요구는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 시가총액 톱 10 을 보면 애플,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등 모두 인터넷기업들이다. 우리나라에서만 (네이버가) 기형적으로 성장한 게 아니다”라면서 “매출액이 18조인 SK텔레콤이나 22조인 KT와 4조인 네이버, 1.5조인 카카오를 같은 잣대로 규제하자는 것은 산업이 크기도 전에 망하게 하는 지름길”이라고 비판했다.

◇인터넷 이용자 보호규제 강화는 동의

최경진 교수는 “카카오톡의 불통 사고 등에서 보듯이 인터넷 기업들은 서비스품질관리(QoS) 규제를 받지는 않는다”면서 “하지만 데이터 기반 경제가 되면 이용자 보호 측면에서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으니 통신 및 방송과 하나의 체계로 들어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영 방통위 국장도 “최근들어 부가통신사업자인 포털과 콘텐츠 사업자간 불공정 이슈나 앱 마켓과 콘텐츠 사업자간 불공정 거래 등 새로운 유형의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이런 추세에 따라 이용자 정책 패러다임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융합 트렌드를 반영한 규제 체계 정비에 찬성한다”면서 “국내외 역차별, 특히 국내 소비자와 해외 소비자간 차별 문제도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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