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나 재정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이 기후위기의 가장 큰 피해자가 되는 만큼, 적극적이면서도 창의적인 지원으로 위기에 대응하고 한국의 이름을 알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이카는 필리핀에 기후 데이터맵을 구축해 농업 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폐기물을 자원으로 전환하는 순환경제 모델을 네팔에 소개하며 개발도상국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엔 개발도상국에 환경위성 공동활용 플랫폼을 구축해 대기오염을 데이터로 볼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있다.
기후데이터로 필리핀 농업 예측가능성 높이다.
코이카가 지원한 ‘필리핀 미마로파 지역 기후복원력 강화사업’은 기후변화 피해를 줄이는데 큰 기여를 했다. 미마로파 지역은 주로 농사에 의지하고 있지만 농산물을 팔 수 있는 시장이 근처에 부족하고, 농산물을 가공·유통하는 체계도 잘 갖춰져 있지 않아 농민은 늘 가난에 시달렸다. 게다가 태풍과 홍수 같은 기후 재난이 자주 발생했지만 정부의 도움도 충분하지 않았다. 이 같은 이유로 이 지역 연간 농업 피해액은 약 7600만달러에 달했다.
이에 코이카는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약 500만달러(한화 약 68억원)를 투입해 한국의 IT 기술을 활용해 농업 분야의 기후 취약 지역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데이터맵’을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농업 정책을 수립하는 것을 지원했다. 또한 소규모 농산물 가공시설에 필요한 장비를 지원하고 주정부 농업지원센터를 새로 세울 뿐만 아니라, 시장과의 연결을 돕기 위해 자문단을 꾸려 멘토링을 제공하였다. 농민들이 가공과 유통까지 아우를 수 있게끔 비즈니스 기반 자체를 강화했다.
코이카는 이 시설들을 정부나 외부 기관이 아닌 지역 농민조합이 직접 운영하게 해 농민들이 생산부터 가공, 판매까지 전 과정을 주도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덕분에 농민들은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게 되었고, 재정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인력강화에도 힘썼다. 필리핀 중앙·지방정부와 농민조합을 대상으로 기후변화 및 비즈니스 교육을 실시해, 지역이 스스로 기후 피해에 대비하고 회복할 수 있는 ‘기후복원력’을 강화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지역 농민과 농기업 조합원, 정부 관계자 등 직접 도움을 받은 수혜자가 1만명이 넘는다. 이 사업은 ‘기후로 무너지는 농촌이 데이터로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며, 지역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협력 모델로 주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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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이카는 히말라야에서는 버려지는 플라스틱을 활용해 에너지와 수익으로 창출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네팔 포카라시는 히말라야의 관문으로 불리는 네팔의 대표 관광도시이자, 수도 카트만두 다음으로 큰 도시다. 그러나 도시화와 관광객 증가에 따라 폐기물 양이 급격히 늘면서 도시 환경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일회용품은 무분별하게 쏟아지는데, 표준화된 폐기물 관련 법이 없어 폐기물 수거도 어렵지만 처리하는 방식도 비효율적인 점이 문제를 가중했다.
코이카는 이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2023년부터 2029년까지 총 980만 달러를 투입해 ‘네팔 포카라시 리사이클·업사이클 플랫폼 및 친환경 시범마을 구축사업’을 펼치고 있다. 특히 종합폐기물 재활용 복합시설인 ‘그린 벤처존’이 코이카가 이 곳에서 추구하는 사업의 핵심이다.
바순다라 공원에 코이카가 세우고 있는 2층 건물은 단순 폐기물 처리 시설이 아니다. 코이카는 이곳에 환경 관련 전시관은 물론이고 교육·체험·놀이 공간, 예술 공방 등을 마련해 환경 문제를 시민과 지역사회가 함께 해결하는 거점 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지역 밀착형으로 추진하는 이 사업은 환경과 관련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시민이 기후 변화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더 나아가 이곳을 관광 명소로 활용해 입장료, 교육 참가비, 대관료, 카페·식당 운영 매출 등의 수익을 올려 사업 종료 후에도 재정 자립을 이루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외에도 코이카는 포카라시 내에 친환경 시범마을을 선정하고, 마을 단위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단순한 환경개선 사업을 넘어, 도시 전체의 기후 대응 역량을 도시 자체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복합형 모델을 만들겠다는 계산이다.
데이터로 보는 대기오염…인력 지원 강화도
코이카는 최근 ‘환경위성 공동활용 플랫폼 구축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자칫 어려울 수 있는 이 사업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보이지 않는 대기오염을 데이터로 관측할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 사업은 아시아 지역 한 국가에서 대기오염이 시작되면 바람을 타고 다른 나라에도 피해를 주는 ‘월경성 연무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됐다.
코이카는 사업을 위해 한국환경과학원, 한국환경공단,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UNESCAP)과 4자 협력했고, 여기에 태국, 베트남, 몽골, 인도네시아, 필리핀, 라오스, 캄보디아, 방글라데시 등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 8개국이 동참했다.
코이카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약 400만 달러(한화 약 54억 원)를 투입해 8개 참가국과 ‘판도라 아시아 네트워크(PAN)’라는 환경위성 공동활용 플랫폼 인프라를 구축했다. 참여국들은 환경위성과 각국에 설치한 총 20대의 지상원격 관측 장비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대기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 참여국들은 그동안 대기오염 문제에 감각적으로 대응하거나, 선진국 자료에 의존해왔던 것에서 벗어나 이제 스스로 자국의 환경 상태를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 것이다.
코이카는 각국의 대기질 관리 정책 수립을 지원했고, 정부 부처와 연계된 총 87명의 환경 전문가들을 한국으로 초청해 역량강화 연수과정을 이수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우리 기술력으로 인프라를 제공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한 발자국 더 나아가 참여국이 직접 데이터를 해석하여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까지 할 수 있게끔 실질적인 힘을 길러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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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송희 코이카 기후환경·경제개발팀장은 “앞으로도 개도국 현지의 지식과 우리의 노하우에 더해 AI를 비롯한 최신 기술과 접목하면서 기후위기에 대응할 혁신적 해결책을 모색할 것”이라며 “기업, 시민단체 등 다양한 파트너와 협력을 확대해 국제사회에서 책임과 역할을 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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