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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에 ‘50배 약물’ 투약하고 모른척… 기도한다던 간호사는 결국

송혜수 기자I 2022.10.25 21:54:47

사건 발생 7개월여 만에 구속
“도망할 염려와 증거 인멸 우려 있다”

[이데일리 송혜수 기자] 13개월 영아에게 기준치 50배에 달하는 약물을 과다 투약하고 이를 숨겨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한 제주대병원 간호사들이 사건 발생 7개월여 만에 구속됐다.

지난 3월 코로나19에 확진된 13개월 영아 유림이가 병원 도착 13시간 만에 의식을 잃고 중환자실로 옮겨진 모습. 간호사가 실수로 기준치의 50배에 달하는 치료 약물을 정맥주사했다. (사진=채널A)
25일 제주경찰청은 과실치사 및 유기치사 혐의로 제주대학교 소속 수간호사 A씨와 간호사 B씨, C씨 등 3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이날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도망할 염려와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며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경찰과 병원에 따르면 지난 3월 11일 코로나19에 확진된 13개월 영아 유림이는 제주대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당시 담당 의사는 호흡곤란 증상이 있던 아이를 치료하기 위해 ‘에피네프린’이란 약물 5㎎을 희석한 후 네뷸라이저(연무식 흡입기)를 통해 투약하도록 처방했다.

강사윤 제주대병원 진료처장이 지난 4월 28일 제주대병원 2층 국제획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달 발생한 ‘12개월 영아 사망’과 관련한 병원 입장을 밝히고 있다. 강 처장은 “유족분들에게 너무 큰 상처와 심려를 끼쳐 드린데 대해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이에 제주대병원은 향후 진행되는 경찰 조사에 성심성의를 다해 임하겠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간호사 B씨는 이 약물 5㎎을 정맥주사로 놓은 혐의를 받고 있다.

에피네프린은 기관지 확장과 심정지 시 심장 박동수를 증가시킬 때 사용하는 약물이다. 영아에게 주사로 놓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 만약 주사로 놓더라도 적정량은 0.1㎎으로 알려졌다.

수간호사인 A씨는 약물 투약 직후 의료 사고가 발생한 것을 알고도 담당의 등에게 3일가량 보고를 미룬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A씨는 중환자실 앞에서 울음을 터트린 아이 엄마에게 ‘기도하겠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C씨 등은 이번 사건과 관련한 약물 처방 내용, 처치 등 의료 사고와 관련한 기록을 수차례에 걸쳐 삭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제주경찰청이 지난 4월 28일 오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사망한 12개월 여아에 기준치보다 50배 많은 약물을 투여했다는 혐의를 받는 제주대병원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이는 끝내 병원에 온 지 36시간 만에 숨을 거뒀다. 사망 원인은 급성 심근염으로, 에피네프린 과다 투여 시 나타나는 부작용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과다 투약 사실이 담당 의사에게 보고된 것은 투약 발생 사흘 뒤인 14일이었다. 부모는 3주 뒤에 해당 사실을 통지받았다.

유족의 신고로 수사에 나선 경찰은 지난 4월 28일 제주대병원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해 증거를 확보한 바 있다. 유족 측은 지난 5월 4일 제주대병원과 국가를 상대로 민사상 불법행위 책임에 대한 손해배상금 10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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