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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제안하고도 주총 참석 안해..“코로나19가 무서워”
30일 서울 서초구에서 열린 KT 정기 주주총회는 예년과 다른 모습이 펼쳐졌다. 최고경영자(CEO)를 비난하는 고성도 들리지 않았고 주총장 입장을 위해 몸싸움을 벌이는 모습도 사라졌다. 코로나19로 예년보다 적은 인원이 참석하면서 입구는 한산했고 주주 명부를 확인하는 대기석도 텅텅 비었다.
삼성전자, SK텔레콤, 한진칼 등 은 주총장에 나오지 말고 전자투표를 하도록 독려했고 아예 정기주총을 실시간으로 생중계하기도 했다.
소액주주들이 주주제안을 하고도 현장에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생겼다. 대한방직은 지난 27일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지만 주주제안을 한 소액주주들이 참석하지 않았다. 이날 대한방직 주총의 주요 안건은 이사 선임과 감사 선임으로 의안은 각각 9건, 3건이었다. 이중 주주제안으로 상정된 의안이 사내이사 4건, 사외이사 2건, 감사 2건으로 모두 8건에 달했다.
이날 의장인 김인호 대한방직 대표이사 부사장은 주주제안으로 올라온 이사 후보들과 감사 후보에 대한 의안을 의결하면서 추천이유를 요청했으나 나서는 주주가 한명도 없었다. 찬성하는 주주도 없었다. 이에 대한방직은 이사와 감사 선임 외에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와 정관 일부 변경, 이사와 감사 보수 한도 승인의 건을 모두 원안대로 승인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주주들의 참여가 저조해지면서 기업들의 감사 선임 대란도 현실화했다. 올해 주주총회에서는 감사 선임 부결 건수와 비율이 역대 최대 수준으로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3%룰로 인해 의결정족수 확보에 실패한 데다 코로나19 여파로 소액주주들의 주총 참여가 극히 저조했기 때문이다. 이테크건설, SKC솔믹스 등 코스닥 대기업들도 감사 선임에 실패하기도 했다.
임지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내역이 작년에는 55%에 달했는데 올해는 20%로 줄었다”며 “주식시장이 좋지 않고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기존 경영진에 적대적이기보다는 현상유지가 안정적이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주주들은 주주총회 참석 자체를 안하고 있고 전자투표 실제 참여도 높지 않다”면서 “작년보다 의결권 행사가 많이 줄었지만 이번에는 ‘코로나19’라는 현재 시황 특성상 불가피한 경우”라고 판단했다.
◇ 코로나19 자가격리 의무화..의장 바뀔 수도
주주총회 의장을 맡을 대표이사가 외국인이어서 가슴을 쓸어내린 회사도 있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지난 22일과 28일부터 각각 유럽발, 미국발 입국자에게 입국 후 14일간 자가격리를 의무화했기 때문이다. 특히 오는 4월 1일부터는 한국에 들어오는 모든 입국자에 대해서는 2주간 의무적으로 자가 격리를 실시하기 때문에 이후에 주총을 진행하는 회사들은 의장을 변경하는 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총 분산 프로그램과 코로나19로 올해 외국계 상장사들 상당수가 4월에 주총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기업 관계자는 “대표이사가 외국인이어서 3월 말 정기주총을 위해 입국하는데 이번 정부의 조치로 대표이사가 자가격리 대상이 돼 자칫 주총 진행이 어려워질 수 있었다”며 “다행히 단기방문 외국인이라 진단검사를 받고 음성이 확인돼 주총 진행이 가능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