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한숨 돌린 포스코·현대제철…‘조업정지 처분’ 최대 3개월 연기

박일경 기자I 2019.06.12 23:33:20

환경부, 12일 지자체·산업부와 회의 개최
2~3개월간 ‘고로 블리더’ 해법 마련키로
‘민·관 거버넌스’ 조속 출범…단기만 운영
대기환경보전법상 예외조항 등 개정 논의

포스코 포항제철소 전경.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고로(용광로)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로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운영하는 포항·광양·당진제철소 3곳에 내려진 ‘조업정지 10일’ 행정처분이 최대 3개월 동안 집행이 연기된다.

환경부는 12일 제철소의 ‘고로 블리더(bleeder)’ 오염물질 배출 논란과 관련, 경상북도와 전라남도·충청남도 등 처분권을 갖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해 산업통상자원부까지 참여하는 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환경부는 시민사회와 지자체, 전문가 등이 다양하게 동참하는 ‘민·관 거버넌스’를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민·관 거버넌스는 앞으로 2~3개월간 제철소 오염물질 배출에 관한 해결 방안을 조속히 결론내릴 예정이다.

이에 따라 제철소가 있는 지자체는 민·관 거버넌스가 대안을 마련하는 동안 행정처분 집행을 잠정 연기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책을 세우기가 어려울 경우 관련법에 블리더 개방을 예외적으로 허용할지 여부 등 제도개선도 모색하기로 했다.

◇ 환경단체 동참 ‘민·관 거버넌스’…총 15명 내외 구성

‘민·관 거버넌스’는 환경부·지자체·철강업계·전문가 및 환경단체 등 총 15명 내외로 구성된다. 전문가는 정부 및 업계, 시민사회 등이 추천한 인물들로 꾸릴 계획이다. 2~3개월 단기로 활동하면서 해법을 찾는다는 방침이다. 크게 △블리더 밸브 개방 시 오염물질 수준 및 종류 공동조사 △일본·유럽 등 해외 제철소 운영사례를 포함한 법령 및 관리사례 조사 △제도 개선 및 대기오염물질 저감 방안 강구·시행 등 3가지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고로 블리더는 제철소 고로 위에 4개씩 설치된 일종의 안전밸브다. 고로를 가동하는 과정에서 용광로 압력이 안전기준치 이상으로 급등해 폭발 위험이 생기면 자동으로 열린다. 따라서 블리더는 비상 개방 장치다.

경북도와 전남도·충남도는 포스코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 현대제철 당진제철소가 비상시가 아닌 단순 정비를 위해 고로에 열풍 주입을 중단하고 고로 내부를 정비하면서 대기오염물질을 걸러주는 방지시설 없이 블리더를 ‘임의 개방’해 가스를 배출한 사실을 확인하고 조업정지 처분 절차를 진행 중이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하지만 이에 대해 철강업계는 10일간 조업을 정지하면 쇳물이 굳어 재가동하는 데 수개월이 걸린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철강업계는 고로 정비 중에 폭발을 방지하려면 블리더 개방이 필수고 전 세계에 고로를 운용하는 철강회사는 모두 똑같은 공정을 거치는 만큼 행정처분이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관할관청인 각 지자체는 고로 블리더 운용은 인·허가 사항으로 비상 개방이 아닌 ‘임의 개방’ 시엔 인·허가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며 반박하고 있다. 대기환경보전법상 방지시설 없이 오염물질을 배출할 수 없도록 한 상황에서 용광로 폭발 위험이 감지된 비상시가 아닌데도 정기적인 청소를 위해 블리더를 함부로 연 것은 명백한 법규 위배라고 지적한다.

이정용 환경부 대기환경정책관 대기관리과장은 “현재와 같은 논쟁 상황이 지속되면 미세먼지 배출 등 대기오염상황은 개선되지 않는 바, 빠른 시일 내에 민·관 거버넌스를 발족해서 이 문제를 해결하자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 `조업정지` 면하나…저감투자 전제로 과징금 부과

이미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경북도로부터 사전통지를 받은 ‘조업정지 10일’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청문을 요청했다. 광양제철소도 전남도의 행정처분에 대한 청문을 요청했고 오는 18일 청문회가 열린다. 충남도는 현대제철에 10일간 조업정지 행정처분을 내렸고 현대제철은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청문 등 행정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조업정지 10일’ 처분이 과징금 부과로 제재 수위가 낮아질 수 있다는 분위기 역시 관측되고 있다. 환경부는 각 시도지사가 포스코·현대제철 등 국내 제철업 2개사의 포항·광양·당진제철소 3개 사업장으로부터 배출가스 저감이행 계획서를 받고 대기환경보전법상 제재 수단의 하나로 규정된 과징금 처분(제37조)을 검토할 수 있다는 견해를 내고 있다.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르면 시·도지사는 배출시설을 설치·운영하는 사업자에 대해 조업정지를 명해야 하는 경우로서 그 조업정지가 △주민의 생활 △대외적인 신용·고용·물가 등 국민경제 △그 밖에 공익에 현저한 지장을 줄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등에는 ‘조업정지 처분을 갈음해 2억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환경부는 지자체의 행정처분과 관련해 “전남은 청문 예정, 경북도는 청문 절차 진행 중으로 이번 과정에서 충분히 의견을 청취해 줄 것도 요청했다”고 밝혔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